[전문가 기고] 라이브 커머스 성공의 열쇠는 '소비자 보호'
[전문가 기고] 라이브 커머스 성공의 열쇠는 '소비자 보호'
  •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 kcapr@kca.go.kr
  • 승인 2023.11.0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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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연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신지연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며칠 전 주부 A 씨는 국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과일 선물세트 판매 방송을 보았다. 진행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쏟아지는 질문에 응대하면서 방송 중 구매 시 20% 할인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에 혹한 A 씨는 과일 선물세트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A 씨는 이른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물품을 구입한 것이다. 실시간 방송(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인 라이브 커머스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미래를 앞당겨 소비생활의 한 방식으로 급성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6조원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올해에는 1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진행자와의 실시간 양방향 소통으로 소비자가 궁금한 점을 바로 해소하며 소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여기에 파격적인 가격 할인 혜택까지 주어진다면 구매를 마다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플랫폼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대형 플랫폼은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고, 나아가 라이브 커머스만을 전문 으로 하는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지금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그러하다. 라이브 커머스 이용자는 증가했지만, 안정적 이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해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상존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라이브 커머스 이용 실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약 26%가 불만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만의 주요 유형으로는 △실증자료 없이 '최저가' 등과 같은 절대적 표현 사용 △상품의 효능 등의 과장 △ 환불 방법 등에 대한 고지 미흡 등이 포함돼 있었다.

라이브 커머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먼저, 방송 내용의 관리·감독과 관련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방송법상 내용심의를 받는 TV 홈쇼핑에 비해 라이브 커머스는 내용 규제에서 자유롭다.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사전 심의를 하기도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플랫폼의 '자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의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표준화된 제도의 마련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의 책임 강화도 중요하다. 현행법상 플랫폼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지위에서 최소한의 의무만을 부담한다. 그러나 변화한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반영해 책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대한 신뢰에 기반해 소비활동을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소비자 보호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라이브 커머스 종사자들의 자율적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제도나 규제에 앞서 건전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유연한 자정 노력 역시 지속돼야 한다.

오늘날 라이브 커머스는 소비자와 생산자(판매자)에게 모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는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편리하게 소비활동을 할 수 있고, 생산자(판매자)는 진입이 용이한 새로운 판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실제로 많은 지자체가 농수산물 판매 활성화 등에 라이브 커머스를 활용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기도 하다.

결국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소비자 보호'는 신흥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가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를 성공에 이르게 하는 열쇠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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