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AI와 직업의 미래
[홍승희 칼럼] AI와 직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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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이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를 두고 일반 대중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 그로 인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 못지않게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다.

지금은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로 통일돼 사용되지만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하던 때에는 인공생명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됐다. 자가증식 능력이 있다는 관점에서 그런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으나 그런 관점이 인공지능의 기술적 진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여긴 기술집단들이 앞장서서 용어를 통일시켰다.

당초에는 단지 이런 점에서 AI의 진화로 인한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우려 섞인 전망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요 근래 챗봇이 내놓는 대답에 경악할 내용들이 포함되면서 오염된 정보가 입력되기 시작하고 이를 시스템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경우 나타날 부정적 영향에 대한 걱정도 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이론상 무한한 학습능력을 갖고 있어서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축적되는 지식의 양은 증가해나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왜곡된 지식이 입력되고 그로써 정보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따른 엄청난 파장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왜곡된 정보를 이용한 선동이 사회를 일순간에 혼돈으로 끌어갈 수도 있다. 히틀러 일 개인의 선동능력만으로 한 국가 전체가 집단세뇌 되어 끔찍한 인류사적 범죄를 저질렀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런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별로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고 종합적인 지식축적 단계인 챗봇의 등장으로 인류가 뒤로 돌아갈 일은 없다. 윤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걱정스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한 전세계 지식인들의 집단적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탐욕스러운 자본에 맡길 일도 아니지만 이미 국가단위의 장벽을 치고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가는 각국 정부에게만 맡기기에도 미덥지 않다. 굳이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각종 미디어를 이용해 자국 이기주의에 몰두한 선동행위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런 담론은 매우 유의미한 일이지만 개개인들에게는 그보다는 인공지능이 어떤 직업군에서 사람이 필요 없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한다. 이미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서비스업에서 인력감축이 진행되고 있고 의료나 법률처럼 전문직업군에서 조차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일을 대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단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전쟁 상황에 각국이 무기구입과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첨단무기에도 인공지능 도입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무인전투기부터 다양한 무기에 인공지능이 이미 적용되기 시작했다.

자국군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결국 기계가 사람을 죽이는 미래전의 모습을 상상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디스토피아의 길로 들어서는 섬뜩한 일이다. 이런 기술 단계에서 전쟁이 커지고 이성이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기술선진국들에 의한 일방적 학살이 벌어질 위험성이 커진다.

개인들이 저마다 내 직업은 기계로 대체 가능한가를 가리는 것은 궁금하긴 해도 그다지 유효한 고민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직업군도 탄생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새로운 직업이라는 게 과도기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도 있고 꽤 오래 지속되는 것도 있어서 삶의 안정을 기대하는 소시민들에게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점차 직업군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닥쳐오는 변화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것 말고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불안이 커질 수 있지만 지금 미리 걱정한다고 합당한 답이 찾아질 단계는 아직 아니다.

다만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은 여유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은 지금부터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아직도 기본소득 소리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 낡은 생각으로는 닥쳐올 미래를 재앙처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고된 일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즐거운 일, 보람된 일을 찾아 나서는 세상이라면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이 된다는 전향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닥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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