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 돈으로 이자 갚기도 벅차다"···지난해 좀비기업 43% '역대 최대'
"번 돈으로 이자 갚기도 벅차다"···지난해 좀비기업 43%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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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 발표
이자보상비율 1년새 139.3%p↓···"고금리 여파"
기업 성장성·수익성 악화···부채비율도 '최대'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지난해 국내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된 데다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됐다는 진단이다.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의존도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91만206곳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이 42.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8%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해당 비율이 100% 미만인 경우 기업이 영업이익만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특히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비율도 34.7%로 전년(34.5%) 대비 소폭 확대됐다.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48.57%로 전년(487.9%) 대비 크게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의 5배를 넘는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은 34.2%로 전년(38.2%) 같은 기간보다 4%p나 급감했다. 이는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어났으며, 매출영업이익률이 하락한 점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이는 편제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2021년(17%) 대비 축소됐다.

이 중 제조업의 매출액 성장률은 14.6%로, 전년(18.1%) 대비 3.5%포인트(p)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정제‧코크스(49.3%→66.6%) △자동차(11.7%→14.9%) 등의 매출이 확대된 영향이다.

비제조업 매출액도 전년 대비 15.4% 성장했다. △전기가스업(13.7%→47.5%) △건설업(6.4%→13.7%)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된 결과다.

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매출 성장률이 15.5%로 전년 수준이 유지됐지만, 중소기업 성장률은 14.4%로 2021년 대비 4.8%p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 중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유가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증가로, 자동차는 친환경차 중심의 해외수출 증가로 매출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제조업 중에서는 전기가스 부문의 판매단가가 상승했다"며 "건설 부문의 경우 2020~2021년 중 양호한 수주가 진행기준으로 인식되며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총자산도 늘었다. 국내 기업들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이는 2021년(12.7%) 대비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편제 이래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제조업과 대기업은 매출채권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됐고, 비제조업과 중소기업은 현금성 자산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수익성도 소폭 둔화됐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5%로, 전년(5.6%) 대비 떨어졌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4.2%)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제조업의 매출 영업이익률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5.7%로 다소 낮아졌다. 전자‧영상‧통신장비(12.9%→9.6%), 화학물질‧제품(9.1%→5.4%) 등의 이익률이 둔화된 영향이다. 비제조업의 이익률도 전기가스업(-1.6%→-11.1%)을 중심으로 2021년 16.2%에서 지난해 15.4%로 소폭 둔화됐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영상‧통신장비의 경우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화학물질‧제품은 공급증가와 수요부진으로 인한 에틸렌 등의 마진이 하락했다. 전기가스 부문은 비용 상승률이 가격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7%→5.2%)의 영업이익률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중소기업의 이익률은 3.5%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이익 감소세에 기업 안정성 지표 역시 악화됐다. 지난해 국내 외감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22.3%로, 2021년(120.3%) 대비 2%p 상승한 것이다. 부채비율이란 부채 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이 중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2021년 78.6%에서 2022년 77%로 하락했지만, 비제조업의 경우 158.2%에서 164%로 크게 늘었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영업손실과 차입금 증가 등으로 전기가스 부문의 부채비율이 183.6%에서 269.7%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비중을 나타낸 차입금 의존도도 30.2%에서 31.3%로 상승했다. 이 중 제조업의 차입의존도는 하락(22.6%→22.1%)했지만, 비제조업의 의존도는 상승(35%→36.9%)했다. 지난해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모두 2015년(128.4%, 31.4%)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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