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윤리위, 관료 출신 협회 부회장 합류에 '진정성' 우려
한경협 윤리위, 관료 출신 협회 부회장 합류에 '진정성' 우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교부 출신 김창범 상근부회장, 내부위원으로 윤리위 참여
의사결정 정족수 참여 표결 원칙···위원 간 협의 결정도 이뤄질 듯
'정경유착 근절' 목적 의구심 제기···"외교관 경험 도움 될 것"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정경유착 차단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발족한 가운데 재계의 전망과 달리 고위 공직자 출신 내부 인사가 윤리위원으로 포함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경협은 17일 윤리위 발족과 함께 위원장과 위원 5인을 확정했다. 위원장은 목영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맡았으며 외부위원으로는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김효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현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박광우 KAIST 경영대학 교수가 참여한다. 

당초 재계에서는 한경협 윤리위가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돼 독립성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내부위원으로 합류했다. 

김 부회장은 외교부 안보정책과장, 북미3과장, 국무조정실 외교심의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현대자동차 자문역 등을 지냈다. 

김 부회장은 한경협 상근부회장으로 거론될 당시부터 재계 일각에서 우려를 낳은 인사다. 경제인이 아닌 고위 공직자 출신이 한경협 부회장으로 취임하면 자칫 정경유착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윤리위는 회원사의 윤리경영에 관한 사항, 회원사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대외지원사항 등은 심도있게 검토하는 조직으로 독립성을 요구하는 조직이다. 

한경협 측은 윤리위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표결 합의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 원칙일뿐 뚜렷한 의사결정 방식을 정하진 않았다. 따라서 한경협 상근부회장이 윤리위원으로 들어가 의사를 피력하고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윤리위는 원칙적으로는 표결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지만, 누군가가 반대하는 사안을 억지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윤리위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서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윤리위의 결정은 한경협의 방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경협 내부에서 실질 사무를 총괄하는 김 상근부회장의 윤리위 참여는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경우 성인희 삼성글로벌리서치 조직문화혁신담당 사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위원회 구성이 7인으로 돼 있고, 회장단이 아닌 실무자가 참여한 만큼 비중과 역할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앞서 류진 회장이 정경유착 근절과 함께 투명한 기업문화를 강조한 가운데 김 부회장의 선임이 이에 반대되는 인사라는 우려도 있었던 만큼 윤리위 참여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측은 "이사회에도 사내이사가 있고 간사 역할도 필요한 만큼 내부인사가 참여할 수는 있다"며 "다만 그 경우 외부 감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공직자 출신 인사라는 우려와 관련해 "(경제인 출신이 아니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게 상당한 장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외교관으로서 외교 일선에서 뛰면서도 경제 외교를 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왔고,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서 글로벌 어드바이저로서 활동했다"며 "모든 경험이 한경협이 글로벌 도약의 중심에 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분기 1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검토해야 할 사안이 발생할 경우 수시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