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높은 게 '장땡'?
연봉 높은 게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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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보험사들은 해마다 '연도대상'이라고 해서 그 해의 최고 실적을 거둔 '우수설계사'를 시상한다.
▲ 박민규 기자   ©서울파이낸스
시상 기준은 간단하다. 매출액이 가장 높은 설계사가 대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매출액이 높은 만큼 자연히 해당 설계사의 연봉도 높기 마련이다.
결국 돈을 많이 버는 설계사가 '우수한 설계사'로 인정 받는 셈이다.
한국사회는 기본적으로 '수치'에 극도로 집착하는 사회이기에 이런 현상은 응당 자연스러운 일로 느껴진다.
연봉이 높을수록 성공한 인생이 되는 사회에서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우수한 인재가 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같은 현상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무슨 짓을 하건 돈만 많이 벌면 성공한 삶으로 인정 받는 이 사회가 꽤나 안쓰럽게 느껴져서다.
이런 사회에서는 그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모두가 수치만을 주목하고 평가할 뿐, 그 과정에 숨겨진 이면에는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실제로 연봉이 높은 설계사들 중에서는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본인이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른바 '작성계약'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경우 결국 늘어나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실례로 얼마전 한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실적 1위 설계사도 이같은 경우였다. 지난해 말 한 외국계 생보사에서는 연봉 최상위 설계사 몇명이 불완전판매 등의 이유로 물러나기도 했었다.
우수한 설계사를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인 '백만불 원탁회의(MDRT)' 역시 기본적인 선정기준은 연봉의 높낮이다. 연봉이 7200만원 이상이거나 연 거수보험료가 1억8000만원 이상이면 회원자격이 주어진다.
그 외에 충족요건들이 있다곤 하지만 명색일 뿐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외국계 생보사 연봉 최상위 설계사도 MDRT 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한 회원이 아니라 꽤나 높은 위치에 있었을 정도다.
이처럼 수치로만 설계사들을 평가하다 보니 고객들은 그저 연봉이 높은 설계사가 정말 자신을 위한 맞춤 설계를 해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 설계를 해 자연히 연봉이 높아진 설계사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설계사라 해도 고객을 위한 진심이나 전문성으로 평가 받을 때 진정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지 단순히 연봉의 높낮이로 평가 받는다는 것은 꽤나 씁씁한 일이다.
그런 평가가 당연시되기에 자연히 연봉에만 집착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설계사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됐음에도 버젓이 MDRT 회원을 사칭하고 다니게 되는 이유도 다 이런 점들 때문이다. 일단 연봉이 높으면 뭔가 훌륭하고 대단해 보인다고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 이같은 행태는 너무나 만연해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진실된 마음으로 고객을 위해 다가서는 '정도'의 설계사들을 위해서라도, 보험사에 보다 많은 매출을 안겨준 순서로 평가하는 천편일률적인 시상에서 벗어나, 고객을 위한 진실된 자세와 영업철학을 칭찬해 줄 수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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