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차별?"…보험이 '3금융'(?)인 이유
"뉴스 차별?"…보험이 '3금융'(?)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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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보험업계에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기자간담회를 가질 때 언론사를 분류해 따로 부르는 관습이다.

일반적으로 일간지와 전문지를 따로 분류하는데, 아마 전문지는 대개 주간지 형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매일매일 기사를 마감하는 일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제공의 시차가 묵인되기에 이같은 관습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같은 분류도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대부분 주간지라 해도 인터넷으로 그날그날 기사를 올리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권을 제외한 다른 금융권에서는 공식적인 행사를 일간·주간지로 나눠 치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보험권에서 이같은 관습이 꾸준히 유지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일종의 기득권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전문지와는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일 수도 있다.

그런 거부감을 갖는 것 자체를 뭐라 하고 싶지도 않고, 뭐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업무적인 부분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공과 사는 구분돼야 마땅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한 기업체가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것은 누가 봐도 공식적인 업무이자 행사다. 그리고 그 행사는 기업체가 주관하고 담당하는 것이지 참여하는 기자들이 주도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일정 부분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사 자체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마디로 오버센스일 것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사장 등 임원들의 기자간담회를 열 경우 일간지 기자들만을 초청한 후 전문지 기자들에게는 관련 자료만을 배포한다.

이 경우 자료만을 받은 입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관련 자료는 간담회를 연 기업체에서 작성한 것이고 스스로를 나쁘게 말할 회사는 없다. 때문에 간담회에서 직접 오간 내용들에 더 큰 의미가 내포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직접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로는 필연적으로 중점을 빗겨갈 수밖에 없다.

시차를 두고 간담회를 두번 갖는 경우도 극히 드물게 있긴 하지만 이런 방식은 해당 기업체에게나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에게나 득될 게 없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분명 한가한 사람은 아닐 텐데 같은 행사를 두번 연속 가져야 하는 데다 비용도 낭비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데다 후자로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 입장에서는 '뒷북'을 치게 된다. 제도적 '낙종'인 셈이다. 또한 간담회에서 오가는 질문들은 한사람만의 생각·견해로 확인하고 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는 부분들을 상호 보완해준다.

물론 일부 기자들은 그런 시너지 효과 자체를 거부하고 싶을 수도 있다. 단순히 '급'이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논리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고매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행태가 고매한 의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같은 일간지라해도 창간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궁전'에 초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즉, 자신들이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논리다.

이 대목에서 조금 궁금해진다. 왜 신생 언론사가 기존 기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할까?

기본적으로 언론을 평가·인정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물론 기자들의 인정을 받아서 나쁠 건 없다. 문제는 공과 사를 혼동한다는 데 있다. 기자들이 인정하고 말고는 사적인 부분이지 공적인 업무영역에까지 그런 감정을 개입한다는 건 억지스런 면이 없지 않다.

사회구성원들 중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 같은 언론사 기자들이 하는 행동 치곤 유치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실 출입 제한 문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하는 기자실에는 일간지 기자들만 출입한다. 그 일간지라는 기준도 애매하다. 자신들이 '인정'하는 언론사만 출입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모 인터넷 경제지 기자는 이같은 행태를 바꿔보기 위해 손보협회 기자실에 얼마간 출입을 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노트북을 누군가가 자리에서 치워놓은 것을 보고 그 이후로 협회 기자실을 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보협회는 기자실을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세세한 운영은 기자단에서 알아서 한다고 설명한다. 기자들이 그렇게 운영하겠다는 데 감히 토를 달 수는 없을 것이다.

업계 실무진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단에서 그런 관습을 유지하려는데 이를 쉽게 거부하기 힘든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생 언론사를 기자간담회에 부르면 일간지 기자단에서 연락이 온다고 한다. 왜 허락도 없이 그 언론사를 불렀냐고 질책하며, 자신들이 인정·허락할 때까지는 부르지 말라는 압박을 가한다고 한다.

무슨 의도로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식견이 짧은 탓인지, 그저 '기득권' 논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보고 있자면 조금은 애처롭고 안쓰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간지든 전문지든 서로 상호보완하는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발전·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니, 기자의 판단으로는 이 모든 발상과 현실이 시대착오라는 생각이다. 그 알량한 기득권을 누가 언제부터 부여한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요즘 아무나 기자를 한다더니만, 양주동 선생의 '우수마발'이 생각나 쓴웃음이 날 뿐이다. 보험은 '3금융'(?)이라는 딱지를 영원히 달고 살 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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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골라 2008-07-18 00:00:00
전문지 기자로서 느끼는 고뇌
참으로 동감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