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금융인격이 존중받는 사회
[전문가 기고] 금융인격이 존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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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돈으로 집(house)은 살 수 있어도 가정(home)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book)은 살 수 있어도 지식(knowledge)은 살 수 없다."

필자가 금융교육 강사로 학생들에게 돈의 힘과 한계를 설명하면서 인용하는 문구다. 돈과 행복간의 관계도 오래 전부터 논의됐으며, 가치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돈이 행복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금융이해력 조사'는 국민의 금융지식, 금융행동, 금융태도를 점수로 산출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개인의 금융이해력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높은 금융이해력 점수가 반드시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금융복지(financial welfare)를 보장하는지는 의문이다. 

돈의 기능, 신용관리, 금융제도 등에 관한 금융지식은 금융교육의 기초다. 최근에는 금융상품이 점점 복잡·다양해지고 전자금융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택배 주소를 가장한 스미싱으로 8시간만에 4억여원을 탈취당한 사건, 지인 사칭 문자로 이전비 5억여원을 사기당한 사건 등 사기수법이 교묘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일반 금융지식을 각자 다른 경제생활에 맞춰 생애설계하는 일, 변화하는 범죄 원리를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응용력, 즉 금융지능이 요구된다. 메타인지적 체험적 금융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올바른 금융지식과 금융지능은 개인의 현명한 금융생활에 도움을 준다.

다만 개인을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의 가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최근 일련의 '묻지마 범죄'가 금융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인격'은 금융분야에서의 윤리적 행동과 금융문화를 의미한다. 타인의 이익과 안녕을 고려하는 금융인격이 금융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금융교육표준안'에는 기본 금융지식과 더불어 디지털 역량, 책임의식, 기업가 정신, 기부문화, 환경보호 등 공동체적 성취목표를 설정하고 유치원부터 전 생애에 걸쳐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금융인격은 '따뜻한 금융', '밑지는 금융', '착한 금융'을 가능하게 하며, 돈 때문에 생기는 개인적·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갖는 부작용도 보완할 수 있다. 금융복지사회는 이러한 금융지식, 금융지능을 넘어 철학적 성찰에 이르는 금융인격이 살아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재화의 소유는 어느 정도까지는 행복과 비례하지만, 일정 한도가 넘으면 부와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진정한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국민의 집(house of nation)을 넘어 국민의 가정(home of nation)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금융교육 주체가 단순한 금융지식의 전달 뿐만 아니라 응용능력으로서의 금융지능을 제공하도록 연구·개발하고, 금융인격을 제고하는 쪽으로 금융교육이 재구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금융복지의 기본인 금융이해력 제고와 공동체 유지·발전을 위한 금융인격을 고양하는 사회문화가 조성되도록 국가체계를 운영해 나갈 것을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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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2024-02-20 12:48:27
할아버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