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에 정유화학 기업 '미소'·에너지 공기업 '울상'
국제유가 급등에 정유화학 기업 '미소'·에너지 공기업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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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브렌트유 연일 상승세···내년 하반기 107달러 돌파 예상
정제마진 개선에 수출 증가···정유사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전기·가스 공공요금 인상 우려 커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시설 두 곳이 무인비행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되면서 국제유가가 19% 이상 폭등했다.(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들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정유화학 기업들은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실적 반등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입비용 상승으로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85달러(0.98%) 상승한 배럴당 87.54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는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가 0.56달러(0.62%) 오른 90.60달러였다고 전했다. 

WTI 선물종가는 지난달 24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장중 최고가는 88.08달러였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달러를 넘겼으며 장중 91.1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신과 정유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상승세가 내년까지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이 107달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승세 기조가 전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부문이 각각 35%, 12% 줄어들면서 반도체와 함께 침체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18조72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10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도 환율 상승과 정제마진 하락 등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이상 줄었다. ㈜GS 역시 같은 이유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가량 줄었다. HD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가량 감소했다. 

정유 기업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하반기에 영업이익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넷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14.2달러에 이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제마진이 14달러를 넘긴 것은 14개월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올 하반기부터 정유사의 회복세는 커질 전망이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은 에너지 수입비용이 늘어나면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올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수입 규모를 줄여왔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수입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리기 어렵게 됐다. 

한국전력은 이미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누적 적자 규모만 2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도 2분기 당기순손실만 667억원에 이르렀다.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요금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지난 5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올해 역시 미수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유가 상승세가 이어져 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스공사의 상반기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2조243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292억원 증가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사실상 부채에 해당한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올 하반기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전은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동철 전 의원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다. 

가스공사에 대해서는 올 연말 난방비 증가에 따라 경영위기가 올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스공사의 경영안정과 국민의 에너지 복지를 위해 도시가스 요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수입 부과금 등을 한시 면제하고, 그만큼 정산단가를 포함하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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