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강달러에 맥 못추는 韓·中·日 3국 통화
[초점] 강달러에 맥 못추는 韓·中·日 3국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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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원·위안·엔 2.5~3.8%↓···유로·파운드 0%대
통화정책, 경기부진 등 악재 직면···강달러에 '민감'
"단기간내 반등 요원···정부 개입에 하락세 '제한적'"
원·위안·엔화 (사진=픽사베이)
원·위안·엔화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한·중·일 3국의 통화 약세가 심상찮다. 돌아온 강달러 흐름에도 주요국 통화 대부분이 1% 미만 하락에 그친 반면, 3국 통화 가치는 3% 가량 떨어진 것. 올해로 보면 하락폭은 10%에 달한다. 이 같은 아시아 주요 3국 통화의 동반 약세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진단해 본다.

◇미국과 韓·中·日 3국 '디커플링'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21.8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전월 말(7월 30일 종가, 1274.6원) 대비 3.87%(47.2원) 상승(원화가치 절하)한 수준이다.

해당 상승세의 원인은 달러 강세 흐름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3.4로 7월 말(101.38%) 대비 1.99% 상승했다.

이에 위안화와 엔화 가치도 떨어졌다. 전일 달러당 위안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7.29위안, 145.81위안으로 한달 전과 비교해 2.62%, 2.5%씩 상승(절하)했다. 다만 같은 기간 유로와 파운드 가치가 0.46%, 0.16%씩 떨어지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일 3국의 통화 약세폭은 두드러진다.

비교 기간을 올해로 확장할 경우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먼저 위안화는 올해 초 달러당 6.7위안에서 지난달 말 7.3위안으로 8.96%나 절하됐고, 엔화는 127.8엔에서 147엔까지 15%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달 21일 1342.6원을 기록, 연저점(2월 2일, 1220.3원) 대비 10%나 상승하는 약세를 보였다.

반면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 103.27에서 지난달 29일 104.2까지 0.9% 상승에 그쳤다. 오히려 유로와 파운드는 2.63%, 5.38%씩 절상하며,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제한적인 강달러에 주요국 통화 가치가 반등했지만, 한·중·일 3국의 통화 가치만 동반 하락 중이다.

◇日 통화완화 '고수'···점증하는 中 경기둔화 우려  

다만 이 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 원인은 3국이 서로 다르다. 먼저 엔화의 경우 통화정책 차별화가 약세 주요인이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을 통해 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데 반해,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단기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는 등 통화완화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새롭게 취임하며 통화완화 기조가 바뀔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여전히 BOJ는 통화완화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전망이 최근 개선된 가운데,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엔화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BOJ의 통화정책 전환이 없다면, 향후 6개월간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5엔까지 절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99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위안화 약세는 중국의 약화된 경제성장 모멘텀에 기인한다.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은 6.3%로, 시장 전망치(7.3%)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봉쇄령 등으로 0.4%까지 내려갔음을 감안하면,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7월 물가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으며, 수출·소비·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부동산 리스크도 약세 요인이다.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금융리스크가 확산된 상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 부동산 부문의 균열은 중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외환시장 개입 영향 등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7.3위안선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악재에 직면한 韓···급락한 원화

원화의 약세 요인은 복합적이다. 대표적으로 수출 등 기초 펀더멘탈의 약화가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액은 518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 줄었다. 이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수출 단가 하락 여파로,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이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하락에 수입이 더 크게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는 평이다.

높은 중국 의존도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출비중은 22.8%에 달하며, 8월 대중 수출액은 일년새 20%나 줄며 수출 부진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 결과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릴 만큼 연동성이 강해졌으며, 위안화 절하 여파에 직격당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사상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2%포인트), 이란 자금 송금을 위한 결제 수요 등 다양한 요인이 하방압력으로 자리한다. 특히 최근 한달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치솟은 결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원화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3국 통화 반등, 단기간내 어려워···"하락폭은 제한될 것"

이런 한·중·일 3국의 통화 약세는 얼마나 이어질까? 이에 대해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국 통화가치 반등을 위해서는 달러 약세뿐만 아니라, 내재된 리스크 완화가 필요하다"며 △BOJ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수정 △중국 부채 리스크 완화 △우리나라 수출 경기의 강한 반등 등을 선제조건으로 꼽았다. 다만 단기적으로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3국 통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달러와 아시아 3국 통화간 디커플링 현상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엔·위안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각 정부의 시장개입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추가 약세폭은 제한될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1300원 초반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 쪽 요인의 원·위안 약세와, 미국 쪽 요인이 강한 엔화 약세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연구원은 "한·중 통화 절하압력은 중국 경기둔화 우려 해소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여기에 부동산 금융 리스크 등이 겹쳐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상황이 뒤집히기 힘든 형국이다. 경기 회복세가 확연해질 때까지 원·위안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엔화 하락 압력은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에 의한 엔캐리트레이드(円 Carry trade) 여파"라며 "미 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미국 경기·물가가 일정 수준 약화돼, 미국 장기금리가 주춤할 때까지 엔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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