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빗나간 일기예보…'짜증나는' 변명
<기자수첩> 빗나간 일기예보…'짜증나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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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sun@seoulfn.com>한 나라의 선진화 척도로 흔히 1인당 물 소비량을 거론하곤 한다. 물 소비량은 위생 등 일상생활과 깊게 연관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 다른 시각이지만, 일기예보의 정확성도 선진화 정도의 또다른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물 소비량보다 더 의미있는 기준일 수 있다. 일기예보는 단순한 일상생활을 넘어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주는, 실효적 의미가 더 크기에 그렇다. 일기예보의 맞고 틀리고는 단순히 국민들의 기분정도를 좌우하는 것을 넘어, 하루 또는 며칠간 경제활동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분명 물 소비량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도 남는다.
그런데, 일기예보 적중도를 놓고보면 어떨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막연한 기억에 의존하더라도 선진국은 분명 못 되는 것 같다.
 
연일 짜증나는 무더위속에 찾아온 주말(12일). 기상청은 분명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했고, 모처럼 주말 외출 계획을 세운 시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비는 이날 새벽부터 시작됐다. 기상청의 예보가 또 빗나간 것.
비가 오는가 싶더니 아침부터는 다시 소강상태. 하지만 소강상태도 잠시, 낮동안 실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오후 4시쯤에는 아예 장대비로 돌변했다.

곳곳에서 다급한 장면들이 연출됐다. 가방으로 비를 막아보고 뛰어보기도 하지만, 예보에 없던 장대비에 시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 하루가 됐다. 비가 안올 줄 알고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했다가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맥빠진 하루를 보낸, 그러니까 주말기분을 망쳐버린 수많은 국민들!  

이날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28mm. 하지만, 비가 시작되기 5시간 전인 전날밤 11시까지만 해도 기상청은 서해안 지역에만 비가 조금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주말 예보가 빗나간 것은 6월 마지막주부터 이날까지 벌써 3주째란다.

기상청은 일기예보가 틀리면 과거엔 노후한 기상 장비를 주로 탓했었다. 그러다가 요즘엔 지형적 영향이니, 한반도의 지리적 특수성이니, 기후생태계의 변화니 하는 전문용어를 주로 거론한다. 차라리 자신이 없다 싶으면, '잘 모르겠다'고 예보를 내보내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좀 귀찮지만 아예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면 되니까.
 
기상청!
사정이 없기야 할까마는 여러모로 분발이 요구된다.
틀린 일기 예보 때문에 망쳐버린 기분, 거기다 이해도 잘 안되는 '변명' 때문에 또 한번 기분 잡치게 만드는 일은 최소한 하지 말았으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나라경제. 빗나간 일기예보로 입게 될 경제적 손실까지 생각하니 짜증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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