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부자들을 위한 행진의 결과
[홍승희 칼럼] 부자들을 위한 행진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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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다섯 번째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가계부채는 단기간에 12조원이나 급증했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다시 긴축기조로 돌아서는 분위기 속에서도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부동산경기의 연착륙에만 관심을 집중할 뿐 부의 집중이 가속화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긴축을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계속해서 시중에 자금을 푸는 모순된 정책을 통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일컬어지는 가계부채의 확대를 부르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세금감면 등 문제 해결과는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부자감세의 결과는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세수감소를 초래해 당초 목표보다 40조원이나 재정규모가 줄어드는 최근 들어 보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정부의 재정지출 압박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사태는 더욱 참담하다.

과학기술개발이 한국의 미래라고 떠들어왔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년도 연구개발비 예산은 올해보다 13.9% 삭감한 21조5000억 원으로 책정했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사업비도 10.8% 줄였다. 부자감세로 세수감소를 초래한 결과가 국가의 미래 갉아먹기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목표를 다시 하향조정해 2.2%로 전망했다. 올해에 이은 경기침체의 지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제기구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경기침체기로 접어드는 듯 보이는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2%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독 한국의 성장에 부정적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지금 단계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연구개발 지원 확대는 먼 미래로 갈 것도 없이 당장 향후 몇 년간의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다.

소수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이어지고는 있으나 한국의 핵심 먹거리 가운데는 메모리반도체처럼 거의 기술적 한계로 치닫고 있는 분야도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 같은 새로운 먹거리사업들은 진입경쟁도 치열하지만 원료수급부터 시장 확보 전쟁까지 전 영역에서 다각적 통상외교의 뒷받침이 필요한 부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AI 같은 미래영역을 개척할 연구개발에는 국가적 지원이 긴요하다. 챗봇이 등장으로 이 분야의 미개척지가 얼마나 더 넓은지에 대해 눈 뜨기 시작한 개발자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실리콘 밸리가 시들해지고 그곳에서 대량의 실직사태가 나타나면서 기술 인력들이 대거 몰려가는 곳도 바로 이 분야라고 한다. 기술 분야에서 다시 한 번 패러다임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량생산에만 익숙한 한국의 기업생태로는 접근하기 애매한 미래신기술 분야나 선진국의 장벽이 높은 바이오 분야 등 코앞에서 당장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사전투자가 필요하거나 정부의 외교적 역량을 꾸준히 펼쳐야 할 분야에 대한 지원의지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중요한 일이다.

당장 부자들의 뒤를 받쳐주기 위해 미래를 인질로 잡는 단견적 정책으로는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려 문제들을 해결하기는커녕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국가는 끊임없는 신사업분야 개척과 지속적인 기술개발만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가계의 명목소득도 마이너스로 나왔지만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은 3.7%나 줄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인상의 기세는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단순히 유지시키기도 쉽지 않다.

오로지 성장을 통해서만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유지, 증가시켜 내수시장을 지탱해 나갈 수 있다. 소비여력이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국가 성장의 정체를 초래하며 일본의 전철을 밟는 불행한 일을 겪을 위험을 키운다. 그나마 일본은 국민 개개인의 저축이 많아 그 시절을 버텼지만 가계부채 1위 국가인 한국은 그럴 내성도 없어 더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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