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철근 누락' 전관업체와 3년간 2300억원 수의계약
LH, '철근 누락' 전관업체와 3년간 2300억원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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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수의계약 업체도 LH출신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가운데)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가운데)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335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총 18곳이 파악됐다. 이들 업체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쟁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냈다. 수의계약 용역은 규모는 총 2335억원이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한 업체는 LH출신이 창립해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원에 수주했다. 특히 최근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다른 회사는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269억원) 규모를 따냈다. 검단 아파트 설계 역시 2020년 7월에 체결한 50억50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이었다. 이 업체는 LH뿐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채용했었다.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한 건축사사무소도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수주했다.

전관 업체와의 수의계약 문제는 앞서 감사원도 지적한 바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 실태' 보고서를 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이 전관 업체와 맺은 것이었다. 계약 규모는 총 9조9억원에 달했다.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특혜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이에 대해 LH는 설계 공모에 당선된 경우 수의계약을 하게 돼 있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2020년부터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동주택이나 설계용역비가 1억원을 넘는 공공건축물은 경쟁 방식의 설계 공모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공모 방식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LH 설계 공모 심사위원들이 심사 대상 업체의 LH 출신 직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LH와 전관 업체가 체결한 계약 332건 가운데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LH는 전관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특히 감리에 대해선 "민간은 지방자치단체에 감리업체 선정을 위탁하는데, LH는 직접 선정하기 때문에 전관 문제가 생긴다"며 "감리 선정 권한을 LH에서 떼어 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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