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에 부는 '新관치' 바람
<기자수첩> 은행권에 부는 '新관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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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국민들이 새 정부에 걸었던 가장 큰 기대는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회생'이다.

▲공인호 기자 ©서울파이낸스
그러나 MB정부 초기의 777공약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되레 경기가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444공약이라는 말마저 나돌고 있다. 물론 최근 경기침체는 고유가 및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한 나라의 정부가 나선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를 탓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국내 금융·경제인들이 MB 정부에 걸었던 기대는 무엇일까.
이른바 관치금융의 청산이다. 한국 금융시장이 아시아권에서조차 '저(低)급 시장'으로 비쳐지고 있는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과거 카드대란이 그랬고 IMF사태 역시 정부의 무리한 개입 혹은 위기에 대한 방만한 인식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MB 정부에 대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었다.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닌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시장경쟁 체제를 굳건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중 하나인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기존 금융공기업 CEO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한 것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새 정부의 단호한 의지로 해석됐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얼룩진 인사파동은 일단 접어두자.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하겠다 데 굳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금융권에 부는 '신관치' 바람이다.    
국내 최대 금융사인 우리금융그룹과 오는 9월 출범 예정인 KB금융그룹의 최근 인선 과정을 살펴보면 '新관치 금융'의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보통 관료출신 인사가 금융공기업의 CEO나 중책을 맡는 경우 관치금융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최근 신조어처럼 등장한 신(新)관치 금융은 이와는 다른 형태로 등장했다. 엄밀히 말해 '관치'라기보다 '통(統)치'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단적인 예가 최근 선임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황영기 KB금융그룹의 회장 인선이다.

이 회장과 황 회장은 분명 민간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관치금융과 다르다.
하지만 이팔성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2년 후배이며,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향 대표를 맡으며 각별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고소영'인사는 물론 'S라인'에도 속하는 인물이다.

지난주 KB금융그룹의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도 마찬가지다.
황 회장은 얼마전까지 금융위원장 및 산업은행 총재 인선과정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인물이다. 황 회장의 경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재임시절 삼성 비자금 의혹에 연루되면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사실상 정부기관이라는 점에서 '신관치'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순수 민간금융사라는 점 때문에 '신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장 인선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국민은행 이사회는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 경쟁회사 CEO였던 황 회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또한 국민은행 노조의 극심한 반발과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강정원 행장의 연임을 도와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던 이사회였기에 의구심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 얼마 전까지 '강 행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강 행장의 회장 겸임을 기정 사실화하기도 했다. 전체 지주사 자산에서 95% 이상이 국민은행 자산이라는 점만 감안하더라도 회장과 행장 분리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KB지주 회장 선임을 앞두고 불과 수주 사이에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황영기 카드가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무게감 있는 자리에 황 회장을 내정코자 했던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KB지주 회장에 선임되도록 힘을 썼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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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오 2008-07-13 00:00:00
여기저기 이명박정부의 떨거지덜이 낙하산타고 내려오니 정상적인 인사가 될리가 있나?
낙선된 정치인들, 조중동, 뉴라이트, 재벌들, 대통령당선에 관련된 정치인들을 둘러싼
무능한 인사들, 공정하지 않은 인사들, 편협적인인사들을 공기업, 정부투자기업,
산하기관들, 언론기관 등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네.

정부의 신뢰를 갉아 먹어도 공생관계에서 피할 수 없단 말인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국민으로 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