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짜증 유발 '층간소음'···정부-건설사 '해답찾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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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브 두께를 강화하면 소음 줄어들지만 현실적 어려움 있어
우리나라는 층간단열, 중량충격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제한
(사진=pi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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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공동주택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층간소음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다. 특히, 층간소음 갈등은 폭력과 살인 범죄로도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와 건설사들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는 한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층간소음 관련 기술은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만큼 이미 지어진 아파트들은 여전히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층간소음 건수는 4만393건에 달한다. 층간소음 신고선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 등 3만건이 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 등 신고건수가 4만건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국내 아파트는 통상 보와 기둥 없이 내력벽이 상판을 지지하는 벽식구조로 지어져 층간소음에 취약하다. 바닥을 뜯어보면 콘크리트 슬래브가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 이 슬래브 두께가 층간소음의 핵심 요인으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그 두께가 벽식구조 기준 210mm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2022년 대한건축학회에 실린 논문(저자:박상우·김대경)을 보면 벽식구조 기준 슬래브 두께를 기존보다 30mm를 강화할 시 진동소음이 적절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께가 30mm증가할 때마다 중량충격음 1.5㏈(데시벨)이 낮아진다. 아이들이 30초간 뛰어다니는 소음이 38㏈, 도서관의 조용한 소음이 30㏈이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대학장은 "실제로 슬래브를 30mm 더 두껍게 하려면 대략 6개 층 정도마다 한 층 바닥을 만들 수 있는 양의 콘크리트가 더 들어 간다"며 "건축물 높이가 높아지면 해당지역에 높이 제한에 걸려 사업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높이를 안 높이려면 거주자가 사용하는 천장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면서 관련 법을 개정하며 규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발표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보면 현재 주간 43데시벨(dB), 야간 38dB인 공동주택 직접충격소음 기준 중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이 주간 39dB, 야간 34dB로 4dB씩 강화됐다. 2005년 6월 이전 사업승인을 받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현재 주간 48㏈에서 개정 시행 후 44㏈, 2025년에는 41㏈까지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부터 완공된 공공주택은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이 경량충격음(의자를 끌거나 딱딱한 물체로 인한 충격에서 발생된 소음)과 중량충격음(걷는 등의 부드러운 충격에서 발생된 소음)이 각각 58dB에서 49dB로, 50dB에서 49dB로 동일하게 조정됐다. 검사 기준 미달시 보완시공과 손해배상이 필요할 수 있어 시공사의 층간소음에 대한 책임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설사들도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판 위에 얹는 자재의 보강과 완충재를 넣는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GS건설은 2022년 바닥판과 방진패널 사이를 방진 마운트(방진패널이 점지되도록 만든 탄성을 가진 블록)로 벌려 방진 공간을 형성한 형태의 '뜬 바닥'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이 시공 방식은 방진 마운트로 공동주택 상부 세대와 하부 세대 사이 콘크리트 바닥과 바닥 마감을 벌려 빈공간(공기층)을 만든다. 이 빈공간이 방진 공간으로 작용해 층간소음을 줄이는 것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층간소음 제로화를 위해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벽체지지형 천장시스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장시스템의 경우 바닥 슬래브에 직접 고정되는 달대(상·하층을 천장을 연결하는 장치) 설치를 줄여 상부 세대 진동 전달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2021년 철근을 추가로 넣어 강도를 높인 내력 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시멘트·모래·물 혼합물)로 구성된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각각 '사일런트 랩'과 '래미안 고요安 LAB'이라고 불리는 충간소음연구소를 운영하고 기술을 개발·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에도 층간소음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표준 바닥구조는 구체 내부에 스티로폼 등의 밀도가 낮은 재료가 들어가 공기층을 형성하고 온돌층과 구체 슬라브 등 상하 2개층으로 분리된 상태를 만든다. 이 경우 아파트 바닥구조에서 중량충격음에 취약한 공진층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즉, 에너지 관리 차원의 열적 기준인 열관류율 때문에 발생한 공진층이 존재하는 한, 중량충격음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바닥판(슬래브) 두께를 두껍게 할 수는 있다. 이 경우 소음은 해결되지만 공사비가 올라가 건설사는 이 걸 소비자한테 또 부담시키게 된다"며 "하중과 높이 부담도 커져 건설사들은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이전 건설된 아파트는 슬래브 두께가 지금 절반 수준인 120mm 이상 수준이라 층간소음에 더 취약하다"면서도 "이미 완공된 아파트 바닥을 재시공 할 수 없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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