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유류세 인하 종료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
8월 유류세 인하 종료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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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조치 다시 연장하자니 '세수펑크' 우려
종료하자니 유가 급등에 물가 상승·서민 부담 고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오는 8월말로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가 한 차례 더 연장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종료될 것인지 소비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종료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한 차례 더 연장하자니 최근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국가 세수 '펑크'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냥 종료하자니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물가인상과 서민부담이 고민된다.

그러나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당장 하반기에 이렇다할 경기부양책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한 차례 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내수 소비가 살아야 그나마 1.5% 수준으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인 것도 그 배경이다.

30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달 중순쯤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 작년 5월에 30%, 같은 해 7월에는 37%까지 각각 인하한 뒤 올해 1월부터 휘발유에 대해서는 인하 폭을 25%로 축소했다. 지난 4월에는 세율 조정 없이 인하 조치를 오는 8월말로 4개월 더 연장했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 등을 통해 휘발유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 각각 인하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5.4% 떨어져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경유(-32.5%), 휘발유(-23.8%), 자동차용 LPG(-15.3%)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리터 당 2000원을 넘었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1500원, 1400원 수준으로 많이 내려온 상태다.

기름값이 많이 떨어져 국민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올해 국세 수입은 전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6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조4000억원 감소했다. '세수 펑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연장은 정부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최근 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따라 기름값이 다시 빠르게 치솟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0.58달러에 마감해, 지난 4월 18일(80.86달러) 이후 3개월 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3개월 만에 84달러를 넘었다. 산유국들의 감산과 함께 세계 경기 연착륙으로 서서히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국제유가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처 당 1599.3원, 경유 가격은 리터 당 1411.8원으로 3주 연속 상승했다.

안 그래도 기름값이 오르고 있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마저 사라지면 에너지 물가인상에 따른 서민들 부담이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세수와 물가부담 모두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이라며 "그러나 하반기 경기부양에 당정의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내년 총선도 있기 때문에 쉽사리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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