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가 인상" vs 시장 "연내 인하"···엇갈린 금리전망, 왜?
한은 "추가 인상" vs 시장 "연내 인하"···엇갈린 금리전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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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매파적 동결'···"추가인상 시사·금리인하 일축"
시장 "추가 인상 여력 제한적···시장안정 위한 고육지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7월 통화정책회의가 끝난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놓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시장 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금통위는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만장일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를 취했다. 그럼에도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가계대출은 폭증하는 등 시장은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형국이다. 이 같은 정책당국과 시장의 괴리에 대해 진단해본다.

지난 13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4·5월에 이은 4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채권전문가 93%가 동결을 예상한 만큼 시장 예상과도 부합한다.

다만 통화정책 기조는 극도로 '매파적'이었다.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들 중 연내 금리인하를 논한 분은 없다. 전원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강도 높게 발언했다. 이는 지난 금통위 당시와 같은 맥락이다.

반면 시장의 해석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3.704%에서 13일 3.602%로 10.2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3.756%에서 3.657%로 9.9bp 하락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3.596%, 3.651%까지 떨어졌다.

최근 일주일간 국고채 3년물, 10년물 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최근 일주일간 국고채 3년물, 10년물 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또한 회사채 AA- 3년물 금리도 13일 기준 4.408%로 10.4bp나 하락하는 등 시중금리 전반이 하루새 10bp 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는 시장이 금통위의 결정을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적게는 연내 금리동결부터 크게는 연내 금리인하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긴축 완화 전망에 폭증한 주담대···"금리인하 기대감"

최근 대출 동향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잔액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이며, 증가폭도 지난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해당 상승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지난 3월(+1000억원) 증가 전환한 이후 △4월(+1조8000억원) △5월(+3조6000억원) △6월(+6조4000억원) 등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증가폭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통위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효했던 지난 2월 주담대(-3000억원)는 2014년 1월 이후 약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2월 3일 기준 3.11%까지 하락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달새 3.878%(3월 2일)까지 반등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으로 긴축 경계감이 완화되면서 주담대는 다시 확대됐지만, 국고채 금리는 반대로 하락 흐름을 보이는 등 양 지표는 꾸준히 반비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긴축 기조에도, 시장의 인식이 금리 인하 쪽으로 쏠린 측면이 있다"며 "주택관련 규제도 일부 완화된 데다, 경기 하방요인 등을 고려하면 금리가 쉽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대출 수요가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금리인하를 본 이유···'물가'와 '금융불안'

이 같은 시장의 해석은 여러 요인에 근거한다. 가장 먼저 물가상승세의 둔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7%를 기록, 전월 대비 0.5%p나 축소됐다. 2%대 물가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앞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이후 안정화되고 있었으며,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둔화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3.5%로 한달새 0.4%p 축소되는 등 물가안정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는 금리인하 논의에 대해 2%대 물가상승률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얘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은은 내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2.5%로 예상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올해 연말을 전후로 금리인하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는 금융불안이다. 최근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각종 금융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도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시장 전체에 유동성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마을금고, 증권사 문제 등이 나타났을 때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기 위해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은 새마을금고 등의 이슈에 대해 미시적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이는 금리 인상을 통해 거시적 긴축환경을 만들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표를 감안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채권시장도 향후 인하 가능성을 보면서, 방향성을 탐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소된 연준發 불확실성···"추종 필요성 낮아"

자금유출 우려의 해소 역시 긴축 경계감을 완화한다. 현재 한·미 금리차가 상단기준 역대 최대치인 1.75%p까지 벌어졌음에도 뚜렷한 외국인 자본 유출 흐름이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1440원을 돌파하며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도 이달 초 1300원 초반대에서 현재 1260원대로 급격히 하락하는 등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이 주효했다. 앞서 연준은 점도표를 0.5%p나 상향하면서, 연내 두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물가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달을 끝으로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61.3%가 올해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으로 지금보다 0.25%p 높은 5.25~5.5%를 전망했다. 2회 이상 인상가능성은 22.1%에 불과했다. 반대로 한은 금통위의 경우 통화정책에 연준의 한차례 추가 인상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채현기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여러번 언급했듯이 대내외 금리 스프레드 확대만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달러 강세가 진정되며 원·달러 환율 역시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이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를 추종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은 정책 효과 극대화, 인하 기대 차단 등을 목적으로 비교적 높은 최종금리 수준을 제시한 반면,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인식해 양측의 괴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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