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과 중국, 누가 더 급할까
[홍승희 칼럼] 미국과 중국, 누가 더 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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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후반 나흘간 이루어진 미국 앨런 재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에 이목이 집중됐으나 당장 어떤 돌파구나 합의점에 관련한 발표는 없었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은 이를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한 시작'이라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기는 했으나 반면 "경제적 긴장에서 의미 있는 완화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 시절 무역 분쟁에서 시작된 미·중 간 갈등은 바이든 시대에 들어서는 명확한 진영싸움으로 확전됐다. 대만 문제를 빌미로 무력충돌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한동안 잦아들던 편 가르기가 기승을 부리고 그 틈새에서 독자적 외교노선을 지향하는 그룹들이 생겨나면서 과거 냉전시대 미`소 양진영 밖으로 제3세계가 독자노선을 천명했던 그림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는 이미 글로벌 시대의 혜택을 맛보았고 특히 미국과 중국은 그 단맛을 가장 짙게 즐겨왔기에 현재의 긴장상황으로 인한 고통도 그만큼 크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과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몇 십 년 감당했던 중국은 각자의 자리에서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섣불리 해결의 카드를 내밀기 어려운 처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것이기도 하다. 치킨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배짱과 인내심이며 국가 간 게임에서는 내부 여론의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정치인들의 인내심이 더욱 큰 몫을 한다.

따라서 배짱이야 어떻든 인내심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소비자 여론을 더 크게 의식해야 하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더 입지가 약할 것이다. 이미 개방의 맛을 보기 시작한 중국 역시 과거 죽의 장막 시절처럼 당의 결정에 무조건 민심이 따라주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언론을 관리`통제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정치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물가 안정 목표에 쉬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은 조바심을 칠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이미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와 초강대국 미국의 왕좌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해 종전처럼 생산을 전적으로 의탁하는 관계의 위험성을 실감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내밀 카드가 마땅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입장에서도 현재의 상황에 마냥 배짱을 부릴 처지는 아니다. 빠른 속도로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고는 있으나 어떻든 첨단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후발국으로서 견제를 받고 있으니 그동안의 성장동력에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중국은 단순한 미국 소비재의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기에는 경제적 성취가 넘치는 단계이니 더 이상 미국이 원하는 중국은 없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그간 중국이 맡았던 산업적 역할을 대체할 국가를 찾기도 어렵다.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대체국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아직 그 어떤 나라도 그런 조건에 적합한 단일 국가는 없다. 과거 중국과 같은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그러면서도 미국이 요구하는 도덕적 적합성까지도 갖춘 정부를 찾기는 요원하다.

최근 일부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인도를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을 넘어서는 인구 대국이라는 점이나 풍부한 첨단 기술인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내부 문제들로 인해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계급차별이 폐지됐다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계급간 차별이 자심하고 종족간 장벽도 넘기 어려운 인도는 많은 인구수가 생산 측면에서는 실상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빼어난 엘리트들이 조명 받고 있지만 대다수 인구는 기술적으로도 훈련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할 사회적 훈련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전력 등 인프라가 아직 미흡해 첨단시설을 운용하기에 한계가 노출돼 있다. 또 이들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더라도 시설 구축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인들은 초조하게 중국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술패권을 중국에 넘길 게 아닌 바에는 중국에 줄 것도 없는 딜레마가 이번 앨런의 방중 성과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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