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어려운 전기차···뚜렷한 대책 없어 불안 가중
화재진압 어려운 전기차···뚜렷한 대책 없어 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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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압·고전류 쓰는 전기차 배터리, 충격 및 고온에 취약
열 폭주 현상, 배터리 열확산 특성 때문에 불길 잡기 어려워
전기차 늘수록 화재사고 발생↑···민관학, 화재예방 대책 마련 분주
(사진=제주소방서)
지난 9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서)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불타는 전기차를 보고 있자니 '아직 (구매는) 시기상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기자동차 구매를 고민 중인 30대 A씨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전기차 화재사고를 보며 건넨 말이다. A씨는 "삽시간에 번지는 화마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불길을 보고 놀랐다"면서 "가족용 차로 전기차를 살 계획이었는데 솔직히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우려는 아니다. 자동차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도 "시장은 전기차를 두고 대세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런지 회의감이 든다", "불길이 제어가 되는 수준인지 모르겠다", "전기차를 모는 중인데 솔직히 겁이 난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불안감을 야기하는 전기차 화재는 열이면 열 '리튬이온 배터리'에 의해 발생한다. 전기차 동력원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 및 고온 노출 시 높은 확률로 불이 난다. 고전압·고전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를 두툼한 보호막으로 감싸고 열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한 번 불이 붙으면 불길이 순식간에 퍼지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높은 에너지 밀도로 인해 배터리가 계속해서 타들어가며 불길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와 달리 배터리의 열확산 특성을 억제해야 하는 만큼 진압이 훨씬 더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경기도 광주시 추자동의 한 도로를 달리던 전기차가 옹벽을 들이받고 삽시간에 화마에 휩싸였다. 이 일로 50대 운전자는 피할 겨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소방당국은 충격에 의해 과열된 배터리를 식히고자 차를 통째로 물에 담그는 이동식 수화수조를 동원했고, 3시간 가량의 사투 끝에 불길을 잡았다.

최근에는 제주 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불길이 일었다. 제주 소방서는 이동식 수화수조를 활용해 진화에 나섰고, 1시간3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15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당국은 배터리가 심하게 탄 점을 토대로 배터리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2018년 5만5000대에서 지난해 38만9000대로 7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화재는 2건에서 44건으로 22배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전기차 제조사들과 잇따라 만나 전기차 화재사고로 인한 소비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기차 특별안전점검을 추진키로 했다.

특별안전점검에는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국내외 전기차 제조사 총 14개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점검 대상은 2011년 이후 판매돼 운행 중인 전기차 50개 차종이다. 해당 전기차 소유자는 고전압 배터리, 연결 케이블과 커넥터 등을 점검받을 수 있다. 일부 차종의 경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학계를 중심으로도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민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서동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김용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백자연 선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지난 9일 리튬이온 배터리 열 폭주를 억제할 수 있는 난연성 전해질 용액을 개발했다. 난연성 전해질 용액은 인화점을 높여 화재 위험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 측은 "새로 개발한 난연성 전해질 용액은 열 폭주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경제성과 호환성도 갖추고 있어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목표 대수를 420만대로 잡았다. 8년 간 380만대에 육박하는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것인데, 앞으로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화재사고를 막기 위해 화재 대응 능력과 안전 기준 수립, 배터리 기술 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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