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새마을금고가 트리거 되나
[홍승희 칼럼] 새마을금고가 트리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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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뱅크런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애매하지만 최근 새마을금고에서의 예금 인출이 급증하고 대출상환연체율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300여 새마을금고 가운데 70여 곳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유례없는 행동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을 조기 진화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이미 당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우려를 낳았고 금융당국에서도 그런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자금흐름과 금리인상, 추가적인 대출제약 등으로 인해 부동산경기를 견인하는 아파트 건설이 위축되고 건설업체들이 자금압박을 크게 받으며 대출상환연체율이 위험수위에 다가가는 상황을 피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다른 금융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직접적 관리를 받는 데 비해 유독 행정안전부 산하에 있는 새마을금고는 자금운용에 자율 폭이 크고 그만큼 리스크 관리체계는 미흡하다. 2008년 전세계를 휘청이게 만든 미국발 금융위기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에서 촉발됐듯 한국에서는 유독 약한 고리인 새마을금고의 과도한 PF대출 관리부실이 그런 트리거로 작용할 징후를 드러낸 것이다.

현재는 새마을금고에서만 문제가 터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PF 대출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 2금융권에서도 발생되지 않으리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다행이라면 새마을금고는 작은 단위로 각기 독립된 운영체제로 분산돼 있다는 특성 때문에 한꺼번에 폭발할 위험성이 낮다는 점이겠으나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질 경우 주변으로 연쇄적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는 없다.

전체 새마을금고의 PF 연체율이 2019년말 2.49%에서 2022년 말에는 7.07%까지 급격히 높아졌고 올 1월에는 한달 만에 9.23%까지 폭증했으나 당국이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나마 전체 대출 연체율은 3.29%로 위험한 폭증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될 뿐이다.

당국이 위기를 파악하고 대응한다면 치명적 위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외적 요인들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못한다면 알면서도 피하지 못하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레고랜드 사태 직후 긴급한 불은 껐지만 신용 불안이 커지면서 잔불을 제대로 끌 수는 없었고 그 후유증이 지금 금융시스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새마을금고에서 처음 불길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국제적으로도 금융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예상하고 대비해야 할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현재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비중의 가계부채라는 폭탄을 안고 있다. 금융정책을 펼치기에 제약이 매우 큰 요인이다.

최근 조사로는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 예측도 나오지만 실상 물가가 오르는 폭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소비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생필품 가격 통제를 시도하고 있고 일단은 그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소득증가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는 매우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생산활동이 활발해져야 비로소 정책 구현이 가능해지고 그러자면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한국경제구조 속에서 수출 증가없이 그 모든 희망적 기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미국보다 더 큰, 한국으로서는 가장 큰 수출상대국이었던 중국과의 교역 회복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경제는 정치·외교까지 묶인 큰 시스템 안에서 파악해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인체와 비교하면 혈액에 해당하는 금융 하나로 너무 큰 난제들을 풀어나가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금융의 독자적 생태계를 무시하고 단지 정치적 편의를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인식일 것이다.

수출시장들을 경쟁국들에게 빼앗기고 또는 우리 스스로 내다버리는 최근의 대외정책과 미래불확실성으로 움츠러드는 대기업, 자금확보에서부터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들까지 모든 부문에서 불안한 그림자를 지우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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