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8년 만에 역대급 엔저···더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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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897엔, 8년 만에 800원대···달러당 142엔 근접
원인은 통화정책···긴축 고삐 죄는 美, 통화완화 고수 日
3분기 엔저 변곡점···"美·日 정책 노선 변화에 주목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127엔까지 절상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던 엔화는 11개월 만에 140엔까지 절하됐다. 특히 원·엔 환율로는 8년 만에 800원대를 터치하는 약세 흐름을 보인다. 외환시장 내 엔화의 약세는 유독 돋보이는 상황. 비상을 앞뒀던 엔화가 다시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9일 오전 8시 23분경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이 897.49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의 900원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8년 만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달러와 비교할 때 엔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데 기인한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추가 약세가 나타나며 5월 초 대비 약 3% 이상 절하된 반면, 달러 대비 원화는 같은 기간 4% 이상 절상되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엔화의 약세는 올해 초 전망과 괴리된다. 앞서 엔화는 지난해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며 1990년대 이후 32년 만에 최저 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초 127엔선까지 절상하며 반등 가능성을 높인 바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 역시 올해 상반기 123~130엔, 올해 말 120엔 초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미 연준의 속도조절 가능성, 일본의 인플레이션, 엔캐리트레이드(저금리 국가인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거래 행위) 등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무색하게 엔화는 약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엔저의 배경엔 크게 두가지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통화완화기조와 미국과의 금리차별화가 바로 그것이다.

◇엔저현상 주범, 일본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고수

당초 일본은행(BOJ)은 지난해 12월 단기금리를 -0.1% 동결하되,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하는 사실상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는 2021년 3월 10년물 금리 변동폭을 0.2%에서 0.25%로 확대한지 1년 9개월 만이다. 기존 통화 완화만을 고수하던 BOJ가 정책을 수정할 여지를 내비친 것이다.

실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견조하다. 올해 1분기 일본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이는 3개 분기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연율을 적용하면 2.7%에 달한다. 또한 '디플레이션의 나라'인 일본에서 3~4%대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긴축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일본 정부가 통화완화 노선을 폐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책 전환시점은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BOJ 총재의 임기 만료인 지난 4월 8일 전후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아베 신조 정권 시절인 지난 2013년 일본은행 총재로 취임, '아베노믹스'를 주도한 핵심 인사 중 한명이다. 반면 새롭게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경우 첫 경제학자 출신 총재다. 특히 우에다 총재는 지난해 7월 한 기고문을 통해 "일정 시점에 금융완화 정책을 재검토하고,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매파적 발언을 통해, 통화긴축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BOJ의 정책노선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했다. 10년물 국채금리에 대한 수익률곡선통제(YCC) 허용 범위도 기존 ±0.5%로 유지하는 등 기존 노선을 그대로 이어갔다.

특히 시장에서는 최근 엔화 약세를 근거로 BOJ의 긴축을 예상했던 만큼 그 여파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금정위 발표전 0.43%선에서 현재 0.38%로 떨어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엔저 변곡점···BOJ 통화정책 수정 여부에 판가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관된 긴축기조 역시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소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해 3월 금리인상을 시작, 올해 5월까지 기준금리를 5%포인트(p)나 인상하는 긴축 행보를 보였다.

또한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금리를 동결했지만, 최종금리를 나타낸 점도표를 0.5%p나 상향하며 추가인상 여지를 높인 상태다. 긴축속도 조절론이 언급됐던 올해 초 전망과 다르게 여전히 매파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긴축노선은 마이너스금리를 고수하는 일본과 대비되며 엔화가치를 더욱 하락시켰다. 실제 달러·엔 환율은 미 연준의 긴축종료설과 BOJ의 YCC 정책 폐기론이 불거진 올해 초 당시 127엔선까지 떨어졌지만, 현재 141.8엔선까지 절하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엔저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금융전문가들은 3분기를 변곡점으로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엔화 전망에 대해 BOJ의 통화정책 수정 여부에 따라 갈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정훈 연구원은 "BOJ가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면 135~140엔 선에서, 수정한다면 130엔 수준까지 내려올 것"이라며 "다만 미국 시장금리는 현재 고점을 지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엔화는 달러 대비 강세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단기적 약세를 보여도 작년 고점(150엔) 수준까진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현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BOJ가 단기적으로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김현태 연구위원은 "BOJ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감을 지닌 것은 맞다. 그럼에도 일본 쪽 관계자들은 BOJ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으로 올해 10월에서 내년 정도로 보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현재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환율 관련 오버슈팅이 예상을 크게 상회한다면, BOJ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달러가 연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당분간 강세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의 경우 3분기 중 145엔선을 고점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엔 환율은 4분기에도 900엔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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