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업계, “열려라 ‘텔러ATM’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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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직원 비정규직화·마케팅 강화 차원 검토
기업銀 국민銀 농협 등…‘가격차’, ‘눈치보기’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ATM업계가 토탈아웃소싱에 이어 텔러ATM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신권특수’와 같은 대규모 특수를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현실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텔러ATM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텔러ATM이란 은행 창구 직원용 소형 ATM을 말한다. 각 직원들은 텔러ATM을 통해 현금·수표 입출금 과정을 자동화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시재관리를 할 수 있다. 창구 직원들이 별도의 마감작업이 없어져 퇴근 시간이 빨라지는 것이다.

15일 ATM업계에 따르면,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FKM은 텔러ATM을 이미 출시했으며, 청호컴넷 또한 올해 안에 텔러ATM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장은 일본과 ‘판박이’
국내 ATM 시장은 일본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우선 국내 ATM업체들이 모두 일본 ATM업체로부터 핵심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노틸러스 효성은 오끼로부터, 청호컴넷은 HTOS로부터, LG엔시스는 FKM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ATM의 기본 형태나 기능 등이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띈다. 미국과 달리 환류식 모델이 적용되는 것도 비슷하다. 시장 흐름에 있어서도 일본 ATM업계는 우리보다 앞서 ‘신권 특수’를 경험한 선례가 있다. 따라서 일본 텔러ATM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면, 향후 국내 ATM 시장의 변화도 예측해 볼 수 있다.

텔러ATM의 경우 일본에서는 97% 이상이 도입된 상태다. 이처럼 높은 비율은 일본 창구 직원 대부분이 비정규직, 이른바 시간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은 단순 업무 위주인 창구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정규직은 상담 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정해진 시간 내에 근무를 마쳐야 하고, 현금사고의 우려도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실시간 시재관리가 가능하고, 현금을 직접 만지지 않는 텔러ATM의 도입을 서두른 것이다. 국내 은행의 창구 직원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텔러ATM이 확산될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대고객접전 마케팅의 강화도 주요인이다. 일본 은행들은 텔러ATM의 도입을 통해 창구 업무의 자동화를 추진하는 한편, 창구직원들이 직접 고객과 상담하는 시간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늘어난 상담시간만큼 다양한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격차 좁혀야”
현재 텔러ATM 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안에 텔러ATM을 시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ATM업계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쯤에는 기업은행이 텔러ATM 도입을 확정지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농협과 국민은행이 내년 중 시범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텔러ATM의 도입을 막는 걸림돌도 여전하다. 우선, 은행과 ATM업체 간 가격 차다. ATM업계에서는 텔러ATM의 가격을 2500만원 가량으로 책정한 상태다. 반면, 은행들은 1500만원 대를 바라고 있다. 양측간 입장차이가 큰 셈이다. ‘신권특수’ 당시 3000만원대 초반으로 형성되던 ATM 가격이 입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2300만원까지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향후 텔러ATM 가격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탈아웃소싱과 마찬가지로 ATM업체의 관련 경험이 부족하고,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여전한 것도 장애물이다. 보수적인 은행의 특성을 감안할 때, 선발업체가 앞장서지 않는 한 ATM업체의 관련 경험 부족을 이유로 쉽사리 사업 추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TM업체 관계자는 “모험을 즐기지 않는 은행의 특성상, 사업성을 유심히 따져보는 준비기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대로, ATM 업체들은 ‘텔러 ATM’의 도입을 기정사실로 보고, 사업 준비에 분주하다. FKM의 경우 단말기 제조경험이 풍부한 인젠트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텔러ATM이 창구 단말 시스템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만큼, 협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전략이다. LG엔시스와 노틸러스 효성은 은행권의 발주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며,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FKM 김동관 이사는 “텔러ATM은 은행 업무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실시간 시재관리, 현금관리를 가능케 한다”며 “조만간 은행들의 도입 움직임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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