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쓴맛 방울토마토' 파동 근본 원인은 신품종 등록 절차
[초점] '쓴맛 방울토마토' 파동 근본 원인은 신품종 등록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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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종 농산물 인체 위해도 평가 없어 원인 파악·
대책 마련 어려워···검사 예산 및 인력 충원 필요"
9일 강원 춘천시 한 대형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9일 강원 춘천시 한 대형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번 방울토마토 파동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신품종 등록 절차에 있다. 현행법상 육종된 농산물의 경우 유전자 변형 유기체(LMO)와 달리 인체 위해도 평가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사태처럼 집단적 건강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 파악은 물론 대책 마련도 어렵게 된다. 다만, 이번 사례를 빼면 아직까지 육종된 농산물로 인한 큰 이상징후가 없어 사전 위해도 검토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최근 방울토마토를 먹고 구토나 복통이 발생한 이유로는 덜 익은 토마토에 있는 토마틴(Tomatine) 성분이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특정 품종(HS2106) 토마토가 수확 전 숙성 단계에서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서 식물의 자기 보호물질 토마틴이 많이 생성됐다. 토마틴은 토마토 생장기에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로, 통상 성숙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만 해당 품종에선 충분히 익은 후에도 남아있어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는 신품종의 개발상 잘못인지, 계절별 작물 특성에 따른 것인지 규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십년간 사례를 볼 때 올해만 이례적으로 1월 온도가 낮았던 게 아닌 데다 저온에서 자랐다고 토마틴 성분이 남아있던 적이 없어 농업계 종사자들은 신품종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육종된 농산물 인체 위해도 평가없어=문제는 이 같은 인체 이상이 발생하기 전 미리 막을 수 있는 제도가 국내엔 없다는 점이다. 인체 위해도 평가가 없기에 신체적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그렇기에 품종 개발사와 품종 등록을 맡는 국립종자원, 식품 담당 부처인 식약처 중 누가 보상을 포함해 책임을 질지도 명확하지 않다. 

수십년간 농사를 지어온 농가들도 "신품종은 100%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며 "인위적 개량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국내엔 법 자체가 없어 신품종이 인체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단지 육종된 농산물은 자연 상태에 있는 것들끼리 수정한 거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김원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고 판매하는 신품종은 일반 육종으로 만들어지는데, LMO처럼 실험실에서 연구·개발을 거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작물들을 교배하거나 줄기에 서로 접을 붙여 개발된다"며 "기존 자연 상태에 있는 것들끼리로 교배한 거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따로 위해성 심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국립종자원을 통해 새로운 품종에 대한 등록 절차를 밟을 뿐이다. 국립종자원은 품종 생산·수입 판매 신고를 운영해 종자 시료와 품종 특성에 대한 자료를 받아 등록과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신품종(HS2106) 개발사가 종자원에 제출한 특성기술서에 토마틴 검출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면, 책임 소지는 달라질 수 있다.

◇제도도입 부담탓에 안전성 논란 재현 우려=향후 육종된 농산물로 인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집단적 신체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 마련이 쉽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해마다 신품종이 수천개씩 쏟아질뿐더러 위해도 검사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원희 팀장은 "식약처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롭게 안전성을 보겠다는 노력을 할지 모르겠지만, 기존 법 제도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고 시행을 위해선 기관의 역량, 인적 문제까지 해결돼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위해성 평가엔 자료를 만드는 데도, 평가 자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식약처가 종자를 직접 키울 수 없기에 종묘사들에 평가 자료를 가져오라고 해야 할 텐데, 그러면 절차는 물론 비용이 발생해 대부분 영세한 종자업체들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가 생길 때라도 검사하게끔 할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예산은 물론 인력 충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역시 선제적 검사를 하기보단, 소비자 신고에 기대고 있어 명확한 안전성 검증은 어려울 전망이다. 방울토마토와 관련한 신고가 없었기에 따로 안전성 검증을 위한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식품 담당 대변인은 "지난해부터 토마토로 인한 구토 사례 접수가 없었다"며 신고가 있으면 추가 조사를 하겠지만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관련 검사는 우선 소비자 민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담당자는 "소비자 민원이 있고, 내부적으로도 조사가 타당한지 보는 절차를 다 거쳐 소비자 안전성에 위협이 된다고 볼 때 확인을 시작하게 된다"며 "범위가 상당히 넓고,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는 전수조사의 경우 식약처 담당"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번 문제를 일으킨 신품종 방울토마토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고 일반 토마토와 차이가 없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용어 설명
▲육종=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 선발법(選拔法), 교잡법(交雜法), 잡종 강세 육종법, 배수성 육종법, 돌연변이법(突然變異法)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를 이용하는 따위의 여러 방법이 있다.
▲유전자 변형 유기체(LMO)=현대의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생물체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하고, 인위적으로 생물 종에 도입함으로써 개발자가 목적한 특성을 갖도록 디엔에이(DNA) 일부를 변형시킨 새로운 생명체. 전통적인 교배나 선발을 통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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