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B, 편견의 벽을 넘어서
증권사 IB, 편견의 벽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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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국내 증권사 IB의 최대의 적은 정부와 국내 기업들의 색안경이다"<A증권사>

증권사들의 주총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대표이사들이 대거 신임됐다. 그들은 한결같이 IB사업의 강화를 천명하며 사업 확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같은 의지표명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주식수수료 인하와 신규 증권사들의 증권업 진출, 가시화 되고 있지 않은 정부규제 완화가 증권사들의 수익 기반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증권사들에게 있어 IB강화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의 이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업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의 편견 어린 시선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예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주관사 선정이다. 지난 4월, 산업은행은 매각 자문사 입찰제안서를 받은 결과 업무수향능력, 자문수수료 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대우조선선해양의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당시 기자가 만난 한 증권사의 IB담당 임원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며 정부는 말로만 IB를 육성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매각주관사 참여 실패로 우리은행이나 기업은행의 지분 유동화 사업은 물론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럴만도 하다.

산업은행이 M&A 실적을 비교한 결과라며 골드만삭스 선정이유를 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국내증권사의 IB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경험 부족은 이해한다 치더라도 일부 증권사에 국한된 수수료징수 과다 논란을 업계 전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고 본다. 결국,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조선업체와의 이해상충에 얽혀있다는 이유로 주관사에서 탈락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의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이어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쌍용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메가딜'에서도 대부분이 외국계 증권사를 우선시 하고 있다는 후문은 국내 IB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증권사의 미국 부동산 사모펀드 공모가 이슈가 됐던 적이 있다. 당시 해당 증권사는 금감원의 협의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다며 사명을 밝히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일반 공모가 아닌 사모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의심어린 시선이 협상을 하기도 전에 사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정부의 불신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미 수차례 한국형 IB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국내 기업들 역시 IB발전에 관심을 내비치며 국내 증권 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상 뜯어보면 그 기대감과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통법 시행이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편견을 버린 진정한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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