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위기
4번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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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골프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습니까? 뜬금 없이 무슨 단계 이야기인지 궁금하시죠. 한 홀을 공략하기 위해선 보통은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티박스에서 하는 티샷과 그린에 볼을 올리려는 세컨샷 그리고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 와 마지막으로 홀에 정리하는 퍼팅 말입니다.

이중 어느 하나도 소홀이 할 수 없습니다. 티샷이 오비가나서 망치게 되면 그 홀 전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설사 세컨을 잘해 투온에 성공하더라도 보기 아니면 더블보기 스코어를 기록하게 되니까요. 필드에 자주 못나가는 주말골퍼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무너져 트리플까지도 기록할 수 있습니다. 필자도 물론이지만 우리 독자 분들도 경험 많이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면 티 샷이 아주 잘나간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분은 아주 좋죠. 세컨 지점까지 걸어가면서 기분이 우쭐해집니다. 나름대로 장타자라 거리도 동료들보다 가장 멀리 나갔고 페어웨이에 볼도 잘 안착을 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니 볼의 놓여있는 상태가 좋지를 않습니다. 디봇에 들어간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잔디에 반쯤 잠겨 볼의 위부분만 하얗게 볼일 수도 있습니다. 거리는 180미터가 남아 있다는데 이걸 4번 아이언으로 밀어 쳐낼까 아니면 7번 아이언으로 찍어 치며 쓰리 온을 노릴까…… 고민이 됩니다.

세컨 온에 실패하고 그린 주변에서 핀에 붙여야 하는 어프로치를 남겨 놓는 경우도 자주 일어나게 됩니다. 미PGA 프로들의 온그린 확률이 게임당 평균 6~70%에 이르니 세 홀당 한 홀은 어프로치를 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잘 붙이면 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핀 주변 1미터 전후에 붙여 원 퍼팅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어프로치에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18홀 중 한두 번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탑 볼을 때려 그린 저 건너편으로 굴러가 벙커에 빠져 따블 트리플까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티 샷과 세컨을 잘 붙였더라도 어프로치 하나 실수로 홀을 망가트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티 샷과 세컨에 문제가 없어 온 그린에 성공했다 해보겠습니다. 그린에서는 이제와는 다른 게임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으로 샷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린의 결을 읽으면서 거리감에 맞춰 홀에 가깝게 붙여야 하는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운 좋은 경우는 원 퍼팅으로 마무리하여 버디를 잡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투 퍼팅이 기본이요 쓰리 퍼팅도 심심찮게 나오게 됩니다. 필자는 투온에 성공하고도 포 퍼팅으로 마무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골프는 한 홀마다 4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하는 운동입니다. 그것도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4번의 위기를 5시간에 걸쳐 18번이나 실험하는 것입니다. 총 72번의 위기를 무사히 넘겨야만 파로서 게임을 마칠 수 있는 운동인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어려운 운동입니까?
지난주에는 원주에 있는 파크밸리를 가게 되었습니다. 비용도 저렴하고 몸풀기에 안성 맞춤이라 일년에 서너 번 가게 되는 골프장입니다. 최근에 아이언을 교체하여 거리감도 읽힐 겸
드라이버와 우드는 집에 놓고 아이언과 퍼터만 가지고 라운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홀들이 그렇게 길지 않아 3번 아이언으로 티샷를 하면서 보기 둘 버디 하나로 원 오버하며 전반을 거의 마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8,9번 홀에서 트리플,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한번은 그린주변 어프로치를 실수해 트리플을 만들고 마지막 홀에선 쓰리 퍼팅을 해 더블을 한 것입니다. 후반엔 심기일전 2오버로 마쳐 80타를 기록했지만 영 시원치 않는 하루였습니다. 두 홀에서 다섯 타나 오버했으니 말입니다. 방심한 것이죠.
골프 참 어려운 운동입니다.  

서울파이낸스 <금융인을 위한 골프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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