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IT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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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정부의 SW정책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한쪽에서는 SW산업을 진흥시키겠다고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발주되는 IT프로젝트의 예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채 중구난방 격으로 정책을 내놓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특히 SW업계에서는 정통부 폐지 이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일단, 지식경제부가 SW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FP(기능평가)와 원격지 개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좋았다. SW업계는 오랜 숙원을 풀 수 있는 기회라며 지경부의 입장을 반겼다.

FP가 도입될 경우, SW업체들은 한정된 인력을 더 많은 프로젝트에 투입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원격지개발은 투입 인력의 숫자를 중시하는 SI업체로부터의 압박에서 다소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최근 정부부처는 예산 10%절감 정책을 펴면서 여지없이 SW업체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SW업계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반응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부처가 말하는 10% 예산 절감의 취지 자체는 좋다. 정부 예산이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인 만큼, 아껴 쓰겠다는데 ‘딴지’를 걸 마음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IT업계가 건설업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하도급 체제가 고착화돼 있음을 과연 감안했는지가 의문이다.

정부가 10%의 예산을 절감해 IT프로젝트를 발주하면, 가장 윗단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SI업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다. SI업체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10%만 줄여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을 줄여야 이익이 남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많게는 4단계의 개발업체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예산 절감 폭은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랫단계로 내려갈수록 개발업체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쥐꼬리’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심한 경우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업에 참여해 오히려 적자를 보는 개발업체도 속출한다.

IT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양질의 인력이다. 단순히 값비싼 하드웨어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서 시스템 품질이 올라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열악해지는 개발 환경에서 과연 개발 인력들이 의욕을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얼마 전 한 SW업체 대표는 세미나에서 “이제는 대학에서 IT관련 학과를 나오거나, 사설 학원에서 IT를 공부해도 개발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개발업무가 요새 젊은이들에게 3D업종으로 굳어진지가 오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도 최근 SW업계에서는 쓸 만한 인력이 없다는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IT업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단순히 예산을 줄이기 이전에 IT업계의 하도급 체제를 개선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지경부와의 업무 조율을 통해서 FP와 원격지개발을 먼저 확산 시켰어야 한다는 얘기다.
 
갓 태어나서 걸음마도 떼지 못하는 아기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SW업체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 장면이 자꾸 오버랩돼 보기가 참 안스럽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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