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 느티·감나무 반겨주는 무주 장안마을서 색다른 '삼굿구이'
[주말N] 느티·감나무 반겨주는 무주 장안마을서 색다른 '삼굿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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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감자·호박·밤 등 넣어 5시간여 작업 끝에 '참맛'
박수훈 이장 "반찬공장 등 마을 활성화 계획도...뒷산도 계획"
무주 장안마을의 삼굿구이. 땅속에 돼지고기와 감자·호박·밤 등을 넣고 지열과 수증기로 익힌다. (사진=김무종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장안마을(무주 부남면) 입구엔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멋진 소나무들이 길동무를 해준다.

35가구 밖에 안되는 이 작은 동네에 이처럼 늠름하면서도 수려한 소나무가 있을 줄이야. 소나무 뿐인가. 집집 곳곳에 심어놓은 감나무는 시골 정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젠 잃어버린 옛추억. 집마다 감나무 하나씩은 심어 놓았는데, 도시서 요즘 이걸 볼 수가 없다. 들에 무심코 서 있는 감나무에는 까치밥 외에도 사람도 먹게끔 손이 닿을 정도로 아직도 달려 있는 감들이 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해 들에 나뒹구는 감은 먹어도 될까. 에라 모르겠다. 하나 맛좀 보자.

장안마을은 삼굿구이가 유명하다. 젊은 이장이 새로 오면서 삼을 구웠던 전통을 재현하면서 이젠 찾는 이들의 랜드마크 마을 체험프로그램이 됐다.

땅을 파고 거기에 돌들을 굽는다. 여기에 대나무나 솔잎을 넣고 흙으로 덮으면 그 화기가 우리 고유의 온돌 시스템, 구들장처럼 솥이 놓일 쪽으로 옮겨 가며 뜨겁게 데워지는 원리다. 덮어놓은 흙에 구멍을 파고 물을 들이부으면 마치 일본의 어느 화산처럼 연기가 슝슝하고 나온다. 이또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을 넣으니 흙아래 뜨거운 돌과 닿아 수증기가 생기며 솥쪽으로 전해진다.

솥에 넣었던 돼지고기며 감자 호박 밤 등이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특히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아마도 대나무잎 향이 베어서일까, 흙향일까. 아무튼 좋기만 하다. 여기저기 감탄하며 먹어댄다.

완만한 언덕에 형성된 작은 마을 한바퀴 도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감을 매달아 익히는 집들이 곳곳에 보인다. 부녀회장님 댁은 꽃을 좋아하시는 지 꽃구경거리 천지다.

무주 장안마을에 대해 소개중인 박수훈 이장 (사진=김무종 기자)

농산물 집하장 쪽 담너머에는 이 동네 최고령(91) 할머님이 사신다. 아직도 정정하시단다.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발을 옮기니 마을의 또다른 어귀 즈음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정자에 모여 계신다. 처음 보는 나그네들에게 믹스 커피라도 내어주려는 할머니. 얼마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갑자기 생각나며 콧등이 시큰하다. 

박수훈(46) 이장은 옆 진안에서 당숙이 사는 이곳에 귀농 정착 하게 됐지만 마을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 않다. 마을 한쪽에 동네 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을에 기부하신 200여평 땅에 반찬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대신 연고가 없는 이 할머니를 위해 제사를 지낼 것이다.

장기적으론 마을 소유인 수십만평의 뒷산도 마을 발전을 위해 활용해 볼 심산이다.

평균연령이 75세 정도인 장안마을 어르신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계신데 반찬공장을 통해 식품가공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아니지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장안마을 반찬을 맛보시라. 청정지역 무주의 기운을 받으시라. 언젠가 인터넷 판매를 통해서도 접해질 장안마을 브랜드가 사뭇 궁금해진다. 훗날 마을은 어떻게 발전해 나갈까. 느리지만 농익는 장안마을.

길에 다시 만나는 소나무. 방품림으로 오래전 마을 어르신들이 심었다 한다. 나무는 역사가 되면서 바람뿐 아니라 마을과 사람, 그들의 마음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됐다. 누군가 저 소나무는 지금까지 본 여인목(女人木)으론 최고라 했다. 험한 시절에 자칫하면 흉이 될수도 있지만 지껄임은 자연에 땅에 포근히 잦아든다.

(위 시계방향) 무주 장안마을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와 감나무, 소나무 (사진=김무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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