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촛불, '꺼질까 번질까'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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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협상 내용 '뜨거운 감자'…유탄맞은 PD수첩 '변수'
"부실협상 재확인…정부, 퇴로 없는 막다른 길" 관측도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청계천의 촛불, 꺼질 것인가 아니면 더 번질 것인가? 대선을 전후한 MB의 식을 줄 모르던 인기만큼이나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광우병 파동'이 진정국면이냐 2라운드냐의 기로에 섰다. 이와 관련, 오늘(20일) 발표되는 추가협상 내용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유탄을 맞은 PD수첩도 변수다. 

김종훈 통산교섭본부장은 당초 19일 추가협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과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20일로 발표를 하루 연기했다. 핵심은 추가 협의 내용. 아직 확실치 않지만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을 문서화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김원웅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이 지난 18일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수입중단을 협정문에 담는 방안이 진전을 보이고 있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정부 측 보고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그렇다.

형식은 일단 기존 합의문을 그대로 두고 '레터' 형식의 별도 문서를 작성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이 장관 고시에 광우병 발생시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규정을 추가하면, 미국 측이 이를 인정한다는 외교문서를 써주는 형식이라는 것.

이와 함께, 광우병 위험물질(SRM)에 척추의 횡돌기와 측돌기 등도 포함돼 수입 금지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위는 미 식품의약국 규정에는 광우병 위험물질로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입을 허용하기로 해 논란이 됐었다.

하지만,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금지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강화 등 다른 쟁점들은 추가 협의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주저앉은 소, 광우병 증거 없다"는 언론중재위의 판단도 변수로 등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9일 "언론중재위원회가 MBC PD수첩이 방영한 광우병 관련 방송에 대해 정정 및 반론 취지문을 보도할 것을 직권 결정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가 지난달 29일 PD수첩이 방영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에 대해 농식품부가 제기한 정정·반론 보도 신청을 검토한 뒤, 일부 내용에 대해 추가 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언론중재위는 PD수첩에 대해 "주저앉은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영상과 관련해 그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증거가 없으며,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대사 장애·골절·상처·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다양한 원인에서 기인할 수 있다"며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됐던 아레사 빈슨에 대해서는 5월 5일 미국 농무부에서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중간 발표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도록 했다.

또 ‘한국인의 MM형 유전자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농식품부가 유전자형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결정하는 유일한 인자는 아니라는 점을 밝혔음"을 알리도록 했다. 언론중재위는 PD수첩 측에 다음 방송에서 이 같은 결정문을 내보내도록 했다.

이는 분명 변수다. PD수첩이 '쇠고기 파동'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PD수첩 방영으로 이 문제가 부각된 이후, 인터넷으로 급속히 확산됐었다. 특히, 영상으로 생생히 그려진 주저앉는 소(다우너)는 시청자들에겐 충격적이었고, 쇠고기 파동의 불을 당기는 '불쏘시개'가 됐다. 그런데, 그 '주저앉은 소'는 곧 '광우병소'라는 인식을 깨는 판정이 나온 셈이다. 일방통행식 여론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론, PD수첩 제작진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PD수첩 측은 이날 "언론중재위의 결정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라’는 내용이지, 정정·반론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PD수첩 관계자는 "언론중재위 결정은 2편 보도에서 이미 방영했던 내용"이라며 "팀 회의를 통해 다시 검토하겠지만 방영했던 내용을 또다시 보도하라는 결정에는 따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이 중재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의 직권 결정은 효력을 상실하고 농식품부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PD수첩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터넷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MB탄핵 1000만명 서명 운동'이 130만명을 돌파한이후 급겹히 힘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탄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여서 이같은 변수등장으로 그 불길이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 '광우병 위험성' 그 자체보다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에 있다는 점이 문제를 진정시키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적 분노의 본질이 무엇이냐를 생각해보면, 이같은 후속조치의 위력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후속조치의 내용 중에 30개월 이상 소가 빠지거나 후속조치가 지니는 효력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만약, 후속협의 내용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사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추가협상'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마저 약발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손쓸 수 있는 더 이상의 현실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경우 정부는 그야말로 퇴로 없는 공세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추후협상 내용과 무관하게 이 문제가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추가협상 그 자체가 부실협상의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 등으로 MB정부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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