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수첩용)수단과 목적의 혼동
(기차수첩용)수단과 목적의 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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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협상 자체의 근본 목적을 망각한 채로 협상이 진행됐다는 데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기본적으로 국민건강 안전을 전제로 한 먹거리 다양화가 우선이 돼야지 국가 간의 외교상 이익 등이 주목적이 될 수 없다. 발병 가능성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단순히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건 애초에 국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정략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해도 한국에 이득이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소득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합의문 내용을 잘못 해석했다느니 애초에 전면 수입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로 협상에 임했다느니 하는 점에서 정부는 쇠고기 협상의 근본 목적이나 취지를 망각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일종의 외교정책 카드 정도로 여긴 셈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목적은 제쳐 둔 채 외교정책이라는 수단에만 집중한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이같은 수단과 목적의 혼동은 너무나 만연해 있어서,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대표적인 게 우리네 교육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은 일류 대학 진학과 누구나 원하는 대기업 입사를 통해 부유한 삶을 누리는 데 있다. 모두가 단지 그런 목적으로 공부를 한다고 치부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교육현장에서 이같은 논리는 진리가 된 지 오래다.
기본적으로 교육의 목적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함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명문 대학을 가는 것이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등의 문제는 인간다운 삶이라는 근본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 수단을 목적으로 숭배해 마지않는다. 기본 목적은 잊혀진 지 오래다. 돈이 없는데 인간다운 삶이 무슨 소용이냐며 순진한 소리 하지 말라고 코웃음 칠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계속 증가하고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에 상응해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실제로 GDP 기준 한국의 경제는 세계 13위 수준이지만 행복지수는 100위권 밖이다. GDP가 1400달러 수준에 불과한 부탄이 행복지수는 8위인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이제는 모두가 몸에 익은 탓인지 ‘그래도 돈이 최고’라는 인식은 쉽게 떨치기 힘들어 보인다. 때문에 이같은 수단과 목적의 혼돈은 우리 모두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광우병 사태만 해도 기본적으로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지만, 단순히 반대 입장만을 위한 과장이나 호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쇠고기 수입 반대는 국민 건강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거리 확보라는 목적 가치로 접근해야지 이제는 무조건 반대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사태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는 오류에 빠지기 마련이다.
부작용 우려는 보완책 마련으로, 문제점은 비판으로 접근해야지 무조건 된다, 안 된다는 식으로만 접근한다면 또다른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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