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와르르···ELS 투자자·증권가 공포 확산
홍콩H지수 와르르···ELS 투자자·증권가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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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일봉. (사진=홍콩증권거래소)
홍콩H지수 일봉. (사진=홍콩증권거래소)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최근 홍콩증시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계된 국내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증시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증권가도 이익 감소 및 헤지 비용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25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홍콩H지수(HSCEI)는 전장 대비 396.5(7.19%)p 급락한 5120.94에 마감했다. 이는 2005년 12월 이후 약 17년 만의 최저치다.

홍콩H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기업 40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로, 홍콩증시의 대표지수인 항셍지수와는 다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유로스톡스(EUROSTOXX)50 등과 함께 국내 ELS 상품이 가장 많이 쓰는 기초자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홍콩H지수의 낙폭이 커진 이유는 중국 빅테크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경기 영향 등이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이후 반시장 정책을 쏟아낼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H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비보장 조기상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대규모 원금손실 가능성에 속을 태우고 있다. ELS를 판매한 일부 시중은행은 시장 동향을 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고객들의 불안과 걱정을 감안해 상황반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지수는 올해 36% 넘게 하락했다. 이에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가운데 원금 손실 발생 구간(녹인·knock-in)에 진입한 상품은 빠르게 늘고 있다. 대다수 ELS 상품이 H지수 5000~6000 사이를 녹인 구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최근 5200선까지 깨지며 손실 경고음이 커진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나 개별종목 투자는 하락한 만큼만 손실을 감내하면 되지만, ELS는 계약 조건에 설정된 수준인 이른바 '녹인 배리어(barrier)' 밑으로 떨어지면 손실이 대폭 발생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규모는 10조3036억원에 달한다. 이 중 H지수 5500 이상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 규모만 2조5111억원이다.

H지수가 추가로 하락해 5000선이 무너지면 손실 발생 상품 규모는 5조7167억원으로 폭증한다.

손실 규모는 각 상품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ELS 상품 특성상 대폭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H지수 5000~5500 선에서 손실 발생 규모가 급증한 것은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2~3분기에 가입한 ELS 상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ELS 위험은 투자자뿐 아니라 발행 증권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기상환 이익 감소와 리스크 완화를 위한 헤지 비용증가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ELS는 조기상환액이 감소하고 6개월 전 대비 기초자산 수익률이 저조하면 관련 손익이 안좋아지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현재 상황상 파생운용 여건은 쉽지 않은 상황이고 2분기에 업계 전체로 1464억원 손실이 나기도 했다"고 짚었다.

한편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손실발생 안내를 받은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일부 시중은행은 상황반을 구성하고 시장 상황과 기초자산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등 대고객 안내를 강화했다. 일부 은행들은 ELS 잔존만기 1년 전부터 손실 가능성이 증가하면 매월 1회 고객에게 통지하고 기초자산 설명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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