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CEO 4人, 코드인사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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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백 사태 '우려'…하마평 무성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정부가 지난 7일 우리금융지주 관련 CEO 네명 모두를 불신임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최대 금융사의 경영공백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해춘 우리 은행장의 낙마는 '이변'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정부의 인사원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한편 향후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朴 행장 불신임, 뭐가 문제길래?
당초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마가 예상됐었다.
정부가 재신임 기준을 "가능한 관료출신 인사는 배제하고 민간출신 인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발표 때문에 박병원 회장과는 달리 박해춘 은행장은 무난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에서 LG카드 사장, 그리고 우리은행장을 통해 금융업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보기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특히 임기를 지냈던 금융사들이 모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라는 점과 임기동안 부실 금융사의 경영 정상화를 앞당겼다는 평가에서 우리은행장의 적임자로 평가됐었다.
1년여 재임기간동안의 실적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다.
우리은행의 가장 취약했던 카드부문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6%대에서 4월말 현재 9%대로 껑충 뛰어올라 업계 5위권으로 급성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카드부문의 성장세는 카드 전문가로 정평나 있는 박 행장의 인지도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카드는 고객과 최우선 접점에 있는 선발대와 같아 카드사업 방치는 개인고객 영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게 박 행장의 평소 지론이다.
은행 본연의 업무인 여수신에서의 성장세도 여타 은행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수신부문 시장점유율은 2005년말 13.4%에서 16.3%로 높아졌으며, 여신부문 시장 점유율도 14.1%에서 17%로 확대됐다. 실적 측면에서도 불신임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행장의 인사스타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박 행장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내부적인 잡음이 새어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인사나 영업에 있어 은행권이 여타 금융산업에 비해 경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행장의 경영스타일이 바람직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린 우리금융지주 산하 광주·경남은행의 수장들도 전격교체됐다는 점도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인사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융회사 CEO는 연임 유무가 아니라 전문성과 실적으로 평가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누가 거론되나?
관료 출신도 아닐 뿐더러 전문성 및 실적에서도 박 행장의 낙마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미 우리금융지주의 CEO를 염두해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아무런 대안 없이 우리금융지주 CEO 전원을 불신임했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번 금융공기업 CEO들의 재신임 여부가 발표되자 여러 친정부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팔성 서울시향대표와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에서 '금융포럼'이라는 조직을 이끌면서 정권창출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이다.
이 외에도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이종휘 우리증권 고문, 이순우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선 공석이 된 우리금융지주 4인 CEO 자리에 순수한 민간출신 인사와 함께 친정부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단 회장과 은행장의 선임작업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회장이 행장직을 겸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원톱시스템 전환 가능성은 1년여 임기동안 박병원 우리금융회장과 박해춘 은행장이 은행 경영에 있어 미묘한 갈등을 빚으면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지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경영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지에 대한 여부다.
일단 회장과 광주·경남은행장은 후임 인선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지만 이미 낙마한 CEO들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모절차를 감안하면 후임 인선까지 적어도 한달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최대 금융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공백 사태는 해외토픽 감"이라며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인사는 뚜렷한 원칙을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절차상의 문제점도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경남은행장의 경우 우리금융지주 CEO의 의견을 반영해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열리는 주총에서 결정돼야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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