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수료 인하 ‘뜨거운 감자’
증권사 수수료 인하 ‘뜨거운 감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생색내기' 논란
"증권사들 동참까지 상당기간 걸릴 듯"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주식거래 수수료 인하가 증권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주식수수료로 부터 시작된 주식수수료 인하 전쟁이 유관기관들의 20% 수수료 인하로까지 이어진 것. 우리부터 수수료를 내릴테니 증권사들도 알아서 수수료를 내리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특히, 하나대투증권이 온라인 주식수수료를 인하 할 때까지만 해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증권업협회는 지난 8일 증권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을 권고 하고 나섰다. 이에, 업계관계자들은 유관기관들이 미미한 수준의 주식 거래수수료 인하로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증권업협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선물협회(이하 증권유관기관)는 증권·선물회사로부터 받고 있는 주식, 선물, 옵션, 채권 등 모든 거래상품에 대한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20% 일괄 인하했다. 이에, 증권업협회는 지난 8일 증권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인하 효과가 전달 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의 동참을 권고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미미한 수준의 수수료 인하로 유관기관들이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며 쓴맛을 다시고 있다. 이들 수수료 인하를 모두 반영해봤자 거래수수료는 0.0018677%포인트 밖에 되지 않는 다는 분석이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한 폭은 100만원에 20원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식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유관기관의 수수료 수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유관기관들의 수수료 인하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로 부터 방만경영 주의를 받아온 유관기관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한 제스처나 쇼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하나대투증권의 주식수수료 인하 발표 시 증권업협회 측은 출혈경쟁의 소지가 있다며 광고안에 대해 추가 자료까지 요청해 가며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그러던 유관기관들의 방만경영이 도마위에 오르자 둘연 주식 수수료 인하에 앞장서며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혁신을 통해 재도약을 꾀할 생각은 안하고, 그 책임을 증권사들에 떠넘기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같은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이다. 증협이 주최한 증권사 사장단 감담회에서 사장들은 표면적으로는 "수수료 인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고 당분가 생겨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루지 못한 시점에서 증권사 신규 설립으로 입지까지 좁아지고 있는 이때, 수수료 인하까지는 감수할 수는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 가운데 60% 이상이 위탁매매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현대증권의 위탁매매수수료 비중은 85.93%에 달했다. 대우(76.56%), 우리투자(73.6%)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형증권사가 수수료 인하에 적극 동참할 수 없는 이유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투자자들이 몰리면 분명 영업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신규 증권사 설립으로 가뜩이나 입지 확보가 어려운 이때 출혈경쟁을 자처하면서 까지 수수료를 인하하는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현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