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걸릴 '확률'…'과학'인가 '함정'인가?
광우병 걸릴 '확률'…'과학'인가 '함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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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릴 확률은?>
美 학자 "무시할 수준" 日 학자 "48억분의 1" 
차명진 의원 "원전 폭발 확률보다 작다(낮다)" 
"그런데, 확률낮다는 로또, 매주 수 명씩 당첨?"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광우병 소동이 '괴담'에서 '확률'논란으로 진화하는 분위기다. 8일 11시 5분부터 시작된 MBC의 100분 토론은 무려 3시간여에 가까운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라는 토론 주제에 대한 시원한 답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지는 못했다. 시종 열기는 뜨거웠지만, 시종 답답하기도 했다. 토론 중간에 애틀란타에 거주하는 교민(이선영:女 주부)의 깜짝 등장(전화)은 그나마 '청량제'였다. 일부 토론 참석자들을 능가하는 광우병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교포들의 정서가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다는 새로운 정보 등이 졸음을 떨치는 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다. 
 
많은 논거와 반박, 그리고 주장과 해명이 평행선을 긋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 중 한가지는 토론중 살짝살짝 등장한 '확률논쟁'. 역시, 명쾌한 답은 제시되지 못했다. 토론에서 양 측은 모두 각 편의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공통점만 보였을 뿐이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보다는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도 싶었다.  

그런데, MBC와 중앙일보 두 메이저 언론이 비슷한 싯점에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라는 같은 소재로 보도를 해 눈길을 끈다. MBC는 잘 알려진 것처럼 '광우병 소동'의 진원지로 지목받아 정부의 소송대상이 된 'PD수첩'을 방영한 바로 그 방송매체요, 중앙일보는 국내 최고의 자료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메이저 언론중 한 곳이다. 두 매체가 확률에 대해 보도한 것은, MBC는 8일 저녁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서이고, 중앙일보는 9일 신문을 통해 배달됐다.<물론, 인터넷상으로도 전해졌다>
 
확률은 과학인가, 함정인가? 난해하기 짝이 없는 확률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기 위해 두 보도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보도싯점 순이다>  
 
먼저 MBC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 쇠고기 논란에서 정부와 보수언론은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고 반박한다.
발병확률이 너무 낮아서 절대 안전하다는 뜻이다. 어느 말이 맞는지 확률로 설명하는 데 함정은 없는지 살펴보겠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언제나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병에 걸릴 확률을 거론한다.

김형오 의원(한나라당): "99% 안전한 걸로 돼 있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괜찮습니까?"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원장: "안전합니다."

차명진 의원(한나라당):"미국소가 일본에 수입되어서 그것이 광우병을 일으킬 확률은 47억분의 1입니다. 우리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할 확률은 3650만분의 1입니다."

그런데, 확률이 낮다는 것이 곧 안전하다는 등식에는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억분의 1의 확률을 놓고 따져보면, 한국인 4천만 명이 일정기간 동안 1백 번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가정할 때, 이 기간 동안 국민 전체로는 40억 번을 먹게 되는 셈이어서 4명이 광우병에 걸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로또 당첨확률이 8백만분의 1이지만 매주 평균 5명 이상의 당첨자를 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확률이 미미하다고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사전에 위험을 예측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다면 정부로선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즉, 산불이 날 확률과 관계없이 등산할 때는 라이터나 취사도구를 사용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 한 예다.

권호장 교수(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회피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라는 거죠 국민들한테. 그래서 그게 이제 확률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그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 좋을 수는 없거든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당장이라도 광우병이 만연할 것처럼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되겠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확률에만 근거해 그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중앙일보의 보도내용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쇠고기 청문회에서 참석 증인 등이 외국의 논문을 인용해 이 확률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인용한 논문은 2005년 미국 하버드 위해성분석센터의 조슈아 코헨 박사가 쓴 ‘광우병에 대한 하버드대의 위험 평가다. 코헨 박사는 미국에 500마리의 광우병 소가 들어왔을 때를 가정했다. 이 경우 20년간 미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 내 ‘ID50s’(한 마리의 소에 50%의 확률로 광우병을 감염시킬 수 있는 원인물질의 분량을 뜻하는 단위)는 3800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30개월 이상 소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이 수치는 11로 떨어진다.

연세대 신동천 교수는 “과거 영국에서 ID50s가 수백만에 달했을 때 인간광우병 감염자가 100여 명 나타났다”며 “현 상황에서는 인간 감염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광우병 소는 세 마리로 ID50s가 매우 적고, 통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의 감염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논문은 2006년 일본 지속가능경제연구소의 아리지 마사히코(有路昌彦) 박사가 발표한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경제학’이다. 아리지 박사는 광우병이 발생한 일본에서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48억8400만분의 1이며,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감염될 확률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확률 3650만분의 1보다 훨씬 작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SRM이 제거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광우병 발생 가능성은 제로”라면서 “일부 세력이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대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자적인 논거 제시가 어려운 탓인지 두 가지 보도 모두 학자 등 인용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도, 두 가지 모두를 읽어 봐도 속이 후련해지지는 않는 것같다. 
과학인지 함정인지? 여전히 헷갈린다. 다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의 궁금증에 대한 일말의 해소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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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2008-05-14 00:00:00
'함정' 뒤에 숨은 '진실'을 국민 모두가 아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최정우 2008-05-09 00:00:00
1조분의 1확율이라도 지금당장 걸릴 수 있는 게 확률입니다...
지금 걸리고 1조만큼 안걸릴 수 있는거고,
1조만큼 안걸리고 2조번만에 2번 걸릴 수 있는거고..확율의 맹점이죠..

문제는 지금 재수없게 확률에 걸렸을때,
남은 9,999억999..는 의미없이 위험에 노출된다는거...

246 2008-05-09 00:00:00
계산해서 4명나온다는건 확률을 10억분의 1로 가정해서 나온 결과입니다.ㅋㅋ
차명진의원이 47억분의 1이라는데 그렇게 해도 1명걸린다는 이야기죠.

246 2008-05-09 00:00:00
한사람이 소고기1인분을 먹을때 광우병걸릴 확률이 47억분의 1이라고 나와있거든요?
그다음에 4천만 명이 소고기 100인분씩을 먹으면 그중에 대략 한명이 광우병에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확률공부 조금만 더 하시고 오셨으면 하네요.

평균적으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한번씩 소고기를 먹는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2년에 한명꼴로 광우병에 걸리게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35 2008-05-09 00:00:00
계산해도 4명 안나옵니다. 왜냐하면, 광우병 고기 먹는다고 무조건 인간광우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광우병고기를 1인분 먹었을 때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현재 결과적으로 1000분의 1 이하입니다. 따라서 4 * (1000분의 1) 해주면, 매우 작은 수치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