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스크시스템 “정제 데이터 축적이 관건”
증권사 리스크시스템 “정제 데이터 축적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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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탁매매업에 치중해 쓸 만한 데이터 없어
“감독당국에 끌려가기보다 적극적 자세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증권사의 통합리스크 시스템 구축이 정제 데이터의 축적이란 ‘과제’를 만났다.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선 각 시스템에 산재돼 있는 각종 데이터 중 필요 데이터를 뽑아내 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이 작업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의 리스크를 평가할 경우 회사채의 만기, 이자율, 현재 가격, 사업자 코드 등을 산업 집중 한도, 주가와 상관관계 등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 초기 증권사들은 이 데이터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만 약 3개월의 시간을 허비했고, 현재는 모자란 데이터를 파악해 채워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이 축적된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경우 리스크 시스템을 구축해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기가 어려워진다. 만만치 않은 돈을 투입해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증권업계 리스크 전문가들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단순 위탁매매업에만 매달린 결과라고 지적한다. 실제로도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수수료의 비중을 줄이고 수익을 다변화하겠다고 천명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증권업계 영업이익 1위인 대우증권은 전체 수수료 수익 7943억 원 중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6081억원으로 75.56%이고, 현대증권은 85.93%로 증권사 중 가장 높다. 자산 총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 또한 73.6%에 달한다. 증권사의 수수료는 크게 위탁매매 수수료와 IB 수수료, 펀드 수수료 3가지로 나눠진다. 반면, 모건스탠리 등 세계 5대 IB의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증권사의 이런 빈약한 리스크 관리 능력은 은행과 비교해 볼때, 더욱 차이가 심해진다. 은행의 경우 예대마진 관리 때문에 약 10년 전부터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증권사들이 근래 들어서야 신용과 운영리스크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 반면, 은행은 이미 신용, 운영뿐만 아니라 시장리스크 시스템도 구축해 수년째 가동 중이다. 인력 면에서도 국내 3대 은행들이 바젤Ⅱ 관련 인력을 70명가량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증권사들은 약 30~40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에서도 자본시장통합법 발효 이전에 증권사에 통합리스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정이 촉박하다는 지적에 당초 4월로 예정된 가동 시기를 2~3개월 미룬다는 방침이다.

대형증권사의 리스크관리부 관계자는 “증권사의 리스크시스템 구축은 인력과 데이터 축적이 핵심”이라며 “증권사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에 끌려가기 보다는 주도적인 자세로 시스템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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