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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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정권으로의 정권교체에 빠질 수 없는 공신인 대표적 보수일간지가 그간 초토화를 목표로 융단폭격을 퍼붓곤 하던 노무현을 지렛대 삼아 신임 대통령 이명박에게 대통령학을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노무현도 차마 그렇게는 못했다, 차라리 노무현에게서 배우라는 둥 의도적 자극을 가하며 다각도로 길들이기에 애쓴다.
그런 배경에는 신문사 차원의 사업상 다른 복선이 깔렸다는 시선도 있지만 표면상으로만 봐서도 전임자보다 더 자주 막말을 하는 신임 대통령이 염려스러울 법하다. 그나마 거친 표현들로 인해 종종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 속에 나름의 목적이 숨어 있는 정치적 언어였다. 거친 표현 자체가 다분히 의도된 것이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반대세력들이 숨겨진 의도를 무시하고 막말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미움을 표현했고 또 그에 비례해서 미움을 더더욱 키우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중의 시선 속에 든 시점부터 정치적으로 화를 부를만한 말들을 뱉어냈으나 그동안은 여론의 보호 속에서 별달리 드러나지 않는 편이었다. 처음 비판을 받은 게 아마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했던 발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독교인들끼리 모여 한 말이라고 여겼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언론의 조명 아래 있는 정치인이 할 말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이후 줄줄이 막말 행진을 보여 온 이명박 대통령은 그로 인해 대형 미디어들보다는 각종 블로그며 카페 같은 소규모 미디어에서 단골로 초대된다. 한 개인 블로그에 소개된 막말+비하 시리즈를 소개해보자.
“기본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 태어난다든지 할 경우 용납될 수 있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에 대한 여야 합의안을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합니다.” 
“마사지를 받을 때 못생긴 여자를 고르는 게 좋다.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못생긴 여자는 자신을 골라준 게 고마워 서비스가 좋다. 인생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옛날 같으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는 정우택 충북도지사에 맞장구치며 “어제 온 게 지사가 보낸 게 아니었나?”
마파도 출연 여배우들을 향해서는 “한물 살짝 가신 분들이 모여가지고...시간이 남아서 누가 안 불러주나 감격해할 사람들...단역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을 역 하나씩 주니까 얼마나 고맙겠어. 아마 공짜로 나오라고 해도 다 나왔을걸.”
“노숙자들은 감사하는 마음도 없고, 의욕도 없다. 이 분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정보를 교환해 어디(봉사단체) 메뉴가 좋은지 몰려다닌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부실교육의 핵심은 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모두 시골출신이라는 데 있다.”
“충청도 표가 가는 곳이 이긴다는데, 나는 되는 곳에 충청도 표가 따라가서 이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안에서는 원자력 쓰레기 조금 묻을 걸 두고 2만명이 난리를 치더라.”
이쯤은 블로그에 소개된 내용의 일부에 불과하다. 참 과감한 대통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지지 세력들조차 그만 두길 바란다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묘한 여론 통계까지 들고 나오며 불도저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에 걸맞게 밀어붙일 태세다.
그런데 대통령 한사람만으로도 정신없을 판국에 경제정책의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조심성 없는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잇따라 터져 나온다. 그러니 이명박 자제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지지언론들도 참 어지럽겠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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