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방식의 구태
경기 부양 방식의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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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4분기 GDP성장률이 뚝 떨어졌다고 야단스럽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08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 때문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분기 연속 5%대의 성장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되고 있는 금융업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 들어 각종 내수지표도 대부분 고개를 수그렸다.
이런 내용의 한은 발표가 나오자마자 성장 부진을 지렛대 삼아 기획재정부는 성장주의자 강만수 장관이 애용하는 경기부양론에 힘 싣기로 분주한 듯하다. 금리와 환율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활성화 주장도 여전하다. 강장관은 한·미간 금리격차가 2.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며 금리인하를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은행은 재정부의 거울이 되기로 결심한 양 금리인하 카드를 다시 만지작대는 모양이다. 더하여 한은은 추경을 통해 정부의 세계잉여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고 국토개발을 본격화하면 건설투자가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될 것이라고 재정부 편에 확실히 줄서기를 했다. 한나라당 내의 추경반대 여론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며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한 추경편성에 열을 내던 재정부로서는 확실히 힘을 받을 터이다.
그런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를 읽어서일까, 온 미디어들이 호들갑을 떠는 이날 한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25포인트 이상의 상승으로 모처럼만에 코스피 지수가 1800선을 넘어섰다. 물론 이날 장세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의 좋은 실적 덕분이라고 분석이 나왔다. 그 실적이 실은 환율 덕분이라는 다른 한편의 분석은 별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실적에 국가경제가 매달려가는 형국이니 그들의 성공은 무조건 기쁘기만 한 심정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소득 2만 불 달성이 단지 환율 덕이라고 폄훼하던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객관성 실종이 불안할 뿐이다.
1.4분기 경기 하락세는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인 셈이니 실상 정부가 어쩔 부분은 그다지 없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폭적인 수입 확대가 예상되는 교역상의 양보가 현 정부 들어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보면 경기부양 노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게 한다. 미래세대의 몫을 미리 낭비해서라도 일단 경기부터 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아무리 봐도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은 아닐 성 싶기 때문이다. 여전히 물밑 작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도 1.4분기 성장 둔화를 명분삼아 수면 위로 끌고 나올 태세다. 견제세력마저 없이 정권 차원에서 정부 각 부처가 합심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융·보험의 성장세 둔화는 민영의보 추진으로 풀어갈 기미가 여전하다. 민영의보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4월 건강보험료 정산이 매우 소란스럽다고도 한다.
집권 초반의 경기침체는 아무리 봐도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다. 정치적 부담 아니고도 정부로서는 아예 성장추세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바심이 날 일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 정권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며 표를 끌어 모았던 현 정부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적 체감경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욕이 거의 강박증 수준으로 높아져 있을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만수식 전방위 경기부양 정책은 우려를 낳는다.
강 장관이나 현 정권 대부분에게 개발경제 시절은 잃어버린 유토피아인 듯하다. 그 성과가 국가별 장벽이 높던 시절의 덕임은 무시하고 있다. 이젠 해외투자 기업이 제아무리 살쪄도 국내 경기에 별 보탬이 못되고 국책사업으로 대형 토목공사를 벌여봐야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한 유입만 늘릴 뿐이다. 일본이 그렇게 10년 세월을 잃었고 미국은 지금 치통만 가라앉히려다 치근이 다 녹아내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경기 활성화는 좋지만 정책도 좀 진화하면 안 되나 싶어 답답하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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