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案, 시대 역행적 발상?
메가뱅크案, 시대 역행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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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증권사와 메가뱅크의 경쟁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아기에게 계주를 상대로 마라톤을 하라고 한 것과 같다" <A 증권사 관계자>
 
기획재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메가뱅크 안'은 은행권은 물론 증권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메가뱅크’란 우리금융과 산업ㆍ기업은행을 한데 묶어 아시아 10위권 안에 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탄생시키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메가뱅크 탄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대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 역시 과정의 잡음이야 어찌 됐든 정부의 이같은 취지에는 긍정적 시각을 보내며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 입장에서는 정부의 '메가뱅크 방안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좁은 IB 시장에서 투자대상 찾기에 난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메가뱅크 탄생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 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증권사들의 IB사업은 국내 시장에 집중돼 있다. 해외시장 진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 IB증권사 와 비교한다면 정보, 네트워크, 자본력 등 IB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국내 시장에서 역시 국내 증권사들은 찬밥 신세다. 정부의 각종 규제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냉대가 사업진행의 걸림돌이다.  

그러나 만약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의 보호막 아래서 수십년 동안 Pre-IPO(기업공개 이전단계)에 참여해 우량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각종 정보와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IPO 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은행 또한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등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M&A 매물과 관련해 최대 이해 관계자로 위치해 있다. 메가뱅크가 국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부의 수혜를 받은 은행들이 합쳐져 메가뱅크는 탄생할 경우 상대적 열세에 놓인 증권사가 이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2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가지고 있다면 증권사 설립 인가를 내주겠다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일단 물꼬는 터줬으니 자율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자들만 시장에 남으란 논리로 해석된다. 그렇게 따지자면 증권업계의 새판짜기는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메가뱅크가 국내시장을 섭렵하고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을 동안 국내증권사는 한편으로는 적대적 M&A로 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IB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플레이어 육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국내시장에서도 글로벌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박선현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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