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더이상 국민기업 아냐"···비난 여론 확산
포스코홀딩스 "더이상 국민기업 아냐"···비난 여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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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설명자료 "정부지원 이미 종료···정체성 확실히 해야"
노조·시민단체 "최정우 회장 속내 드러나···역사 무시 처사"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토대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자는 '제철보국(製鐵報國)' 정신을 강조해오던 포스코가 정체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스스로 '더이상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등 업계 안팎에서는 최정우 회장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며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포스코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제목의 사내 이메일을 통해 "포스코는 지난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2.4%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며 "국민기업이란 주장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는 민영화가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기업'이란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다른 민간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민기업이란 왜곡된 주장을 바로잡고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설명자료 배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으로 출범했기 때문에 국민기업이란 주장에 대해 "경제가 발전하면서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분야는 민영화됐다"며 "대한석유공사는 SK이노베이션, 한국중공업은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포스코 설립 초기 무상 대일청구권 자금의 일부(10%, 308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121억원))로 포항제철소 1~2호기를 건설한 부분에 대해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 보유지분 매각으로 2163억원이 환수됐고 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 자금 8870만 달러는 1996년까지 원금과 이자 상환을 완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화학공업 육성법에 따른 정부 지원은 1986년 1월 종료돼 그 이후로 특혜를 받은 게 없다고도 덧붙였다.

포스코홀딩스는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없다'라거나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서', '대일청구권 자금이 사용됐기 때문에', '정부의 보호와 육성으로 성장해서' 국민기업이란 주장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며 "포스코 애칭은 '국민기업'이 아니라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의 '국가 대표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를 포함한 경북 포항의 사회단체 등은 일제강점기 시절 희생된 선조들의 보상인 대일청구금에 대한 가치와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창립이념 마저 거부하고 있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부모 세대의 피땀과 눈물,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거역하는 최정우의 억지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포스코는 시종일관 민족기업이고 국민기업이고, 포스코에는 국민기업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자기 회사 역사와 전통과 정신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리더로서 자격을 상실한 만큼 즉시 포스코홀딩스 회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 등 연이은 갈등과 논란에 지속 휩쌓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업' 이미지 벗기에 나선 것은 민간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실히 해 최정우 회장의 입지를 굳히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정치권 등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정우 회장 스스로 이 같은 판단을 한 것은 정권에 따라 회장이 교체돼 왔던 것을 막겠다는 것 아니냐. '더이상 국민기업이 아니니 회장은 바뀌지 않는다' 즉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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