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입] 중고차 시장 대변동 예고···완성·렌터카 준비 '가속'
[대기업 진입] 중고차 시장 대변동 예고···완성·렌터카 준비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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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증 중고차 이르면 하반기 구매 가능
사업조정 결과 변수···판매 대상 제한 가능성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완성차 업계 곳곳에서 ‘시장 직접 진입’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대기업도 일반 소비자에게 중고차를 팔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 되기 전부터 이미 물밑 준비를 진행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끝난 이듬해 2020년 이 시장에 대한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후 관련 부처나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안으로는 사업방향을 짜고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생계형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기 전인 이달 초 인증중고차 등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달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19년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재심의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완성차 업체들에게 중고차 매매업은 정체 상태에 놓인 내수 시장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사업 성공 가능성은 매우 크다는 분석이다.

국산 완성차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수입차를 포함해도 70%를 웃돈다. 막대한 점유율로 장악력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1, 2년간 반도체 수급 문제 등 생산차질 이슈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한층 공고해졌다.

이에따라 차량 가격책정에서부터 현대차의 주도권 확보는 이미 예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재수요자의 기대치가 높아 단기간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안의 일환으로 점유율 상한치도 이미 마련했다.

이에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올해 말에는 현대차, 기아의 인증 중고차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1월에는 경기 용인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마쳤다. 기아도 전북 정읍시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현대차는 5년·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 중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인증 중고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정밀한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판매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역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들은 중고차에 대한 수요층이 신차 대비 두터운데다 신차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내수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 중고차가 완성차 판매 정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협회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외 완성차 3개사도 심의위 결정에 따라 향후 6개월 이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완성차 뿐 아니라 렌터카 업계도 중고차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다.

최근 롯데렌탈은 중고차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롯데렌탈은 올 하반기 중고차 B2C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 예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 기반 국내 최대 인증 중고차 전문 기업으로 평가 받는 케이카 역시 중소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 후보로 꼽힌다.

흥국증권은 케이카에 대해 "중고차 이커머스의 높은 진입장벽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라고 평가를 내놨다. 흥국증권은 "최근 자동차 제조 대기업군을 포함해 중고차 B2C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 과열보다는 이미 ‘무주공산’의 중고차 B2C 시장에 완성형의 중고차 이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케이카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기업사조정심의회의 사업 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점은 완성차와 렌터카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 시점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사조정심의회는 대기업 사업 진출로 상당수 경영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해 사업 개시 등을 연기하거나 대기업 사업 규모를 조정 권고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이달 17일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미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발표가 나기도 전인 지난 1월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사업조정 신청을 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사업 범위가 사업조정 심의를 통해 '3년·7만㎞ 이내 차'로 변경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조정 제도는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 결론 지어야 한다. 자율조정에 실패하면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는 조정을 권고한다. 

한편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것을 두고 중고차 딜러들은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이달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서비스일반노조 경기도중고차딜러지회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차업을 생계형적합 업종으로 재지정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중기부는 중고차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에서 철회하는 방안을 강행하면서 6만5000명의 현장 노동자와 관련 업종 종사자 30만명의 생존권에 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종사자들에게는 사실상의 파산선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령 5년 이하, 주행 10만㎞ 이하 중고차를 대기업이 독점하면서 시장은 양극화되고, 전체 노동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은 급격히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수위 중고차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재지정, 관련 업종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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