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리스크에 선박·적하보험 '스톱'
러-우크라 전쟁 리스크에 선박·적하보험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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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사, 적하보험 부담보 결정···"전쟁 리스크 반영"
선박보험, 전쟁 관련 면책 조항 적용···담보 자동 중단
"무역 리스크 헷지 차질···對러시아 수출 악화 가능성"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업계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국내 대표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를 포함한 재보험사들이 전쟁 리스크에 대해 부담보(일정 기간 또는 전 기간 보장에서 제외)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선박·적하보험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8일 코리안리와 손보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재보험사들이 국내 손보사들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우크라이나 및 인근 지역과 관련된 적하보험에 대해 부담보 결정을 통보했다. 전쟁 및 SRCC(Strike, Riot, Civil Commotion 쟁의·폭동·소요사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기존에 맺은 증권으로는 담보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했다. 

적하보험은 운송 출발부터 도착까지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리스크를 담보하는 보험이다. 약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선적일 기준으로 책임이 개시되며, 보장은 출발지·도착지 등 지역(장소)로 정해지는 구간보험(Voyage Policy)에 해당한다. 배에 적재된 화물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적하보험은 수출기업들이 운송 위험에 대비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선박보험에 대한 담보도 중단됐다. 선박보험은 전형적인 손해보험의 일종으로 일반보험에 포함된다. 선박보험 역시 보험 성격상 기업체 가입이 다수라 기업형 보험이라고도 불린다. 다만 적하보험과는 다르게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는 일주일 내 담보가 자동으로 중단된다. 통용되는 약관에 전쟁 관련 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적하보험의 경우 증권상 전쟁 담보할 소지가 있지만, 적화보험 가입 시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전쟁 리스크가 상당히 증가했다. 기존 증권으로는 담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해당 리스크에 대해서는 담보를 안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라면서 "다만 추가적으로 꼭 담보를 받고 싶은 곳이 있다면 협의를 통해 담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당시 재보험사들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지역에 위험 증가를 이유로 '전쟁보험 특약 요율'을 적용하고 선박·적하보험 보험료를 최대 4배 이상 인상했다. 항공기에 대해서는 보험계약 인수 자체를 중단한 바 있다.

담보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적하보험 판매가 불가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적하보험은 주로 대기업이 가입하는 보험으로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손보사들도 보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해 왔는데, 재보험 가입이 어려운 상황이라 사실상 관련 보험 판매도 힘들다는 것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적하보험은 보장에서 전쟁 리스크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쟁 자체가 주요 리스크인 상황에서 해당 리스크를 제외한 적하보험은 기업들에 필요가 없다"며 "전쟁 리스크를 반영한 요율을 적용한다면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수출업체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세 불안·제재 등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 중소형 손보사는 잘못했다가는 파산할 가능성도 있어, 쉽사리 적하보험 가입을 받아 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과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담보 이상의 손실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보상해 주는 곳도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적하보험은 민간 자율의 영역이고 정부 지원도 따로 없다. 전쟁 종식까지는 적하보험 판매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업체들의 타격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월 무역협회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권 수출입 기업 86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은 이번 사태 악화 시 '거래위축'(22.7%), '루블화 환리스크'(21%), '물류난'(20.2%) 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위주로 적하보험 가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율 인상·유가 상승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보험을 통한 리스크 헷지도 어려워져 대러시아, 대우크라이나 무역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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