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우크라 '핵 위기'에 하락···나스닥 1.66%↓
뉴욕증시, 우크라 '핵 위기'에 하락···나스닥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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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자포리자의 원자력발전소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으로 보이는 섬광이 떨어지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 공격으로 원전 내 부대시설이 불탔다. (사진=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 영상 캡쳐)
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자포리자의 원자력발전소에 러시아군이 쏜 포탄으로 보이는 섬광이 떨어지며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 공격으로 원전 내 부대시설이 불탔다. (사진=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 영상 캡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뉴욕증시는 주말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핵 위기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했다.

4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79.86p(0.53%) 하락한 33,614.80으로 장을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34.62p(0.79%) 떨어진 4,328.87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4.50p(1.66%) 빠진 13,313.44로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4주 연속 하락해 1월 고점 대비 9%가량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각각 10%, 17%가량 하락했다.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규모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는 소식에 핵 위협 우려가 고조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 단지를 포격해 일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전 내 6기의 원자로는 모두 핵연료를 내장하고 있어 원전 시설이 포격으로 피해를 보면 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해 장악한 러시아군이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과 관련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신의 은총으로 간밤에 세계는 핵 재앙을 겨우 모면했다”라며 “어젯밤 러시아의 공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15개 원자로를 위험하게 만들 추가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런 광기를 멈춰야 한다”라고 했다.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대사도 “한 국가가 가동 중인 원전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의 명백한 위법이다”라고 비난했고,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대사는 “원전에 대한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폭거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경험한 국가로서 가장 강한 말로 비난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 위협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채가격은 급등했다. 이에 국채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bp(1bp=0.01%p) 하락한 1.73% 수준까지 떨어졌다. 10년물 금리는 장중에 1.69%까지 하락했다.

유럽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독일 DAX지수가 4% 이상 하락하고, 영국 FTSE100지수는 3% 이상 떨어졌다. 범유럽지수인 STOXX600지수는 3.6%가량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고용 지표는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아 고용이 견조하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67만 8천 명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4만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1월 고용은 46만7천 명 증가에서 48만1천 명 증가로 수정됐다.

2월 실업률은 3.8%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3.9%와 1월 수치인 4.0%를 밑돌았다. 이번 고용 지표는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에 나오는 마지막 고용 지표다. 이처럼 예상보다 강력한 2월 일자리 보고서가 나왔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으로 인한 증시의 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BNY멜론 웰스매니지먼트의 제프 모티머 디렉터는 "시장이 바닥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유형의 지정학적 이슈를 측정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역사는 갈등의 시기에 주식을 사라고 가르치지만, 모든 전쟁과 상황은 상이하다"고 말했다.

삭소은행 전략팀은 고객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전쟁의 현실과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든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은 주말 동안 위험을 감수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이번 주 의회에 출석해 올해 3월 25bp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50bp 수준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물가 급등으로 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현 통화정책 스탠스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더 강력하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도록 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통화정책을 확실히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독일 '기가팩토리' 공장이 상업 생산을 위한 독일 환경 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주가는 0.1%가량 하락했다.

기업들의 러시아 서비스 중단 조치도 이어졌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러시아 내 신규 제품 판매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각각 1.8%, 2%가량 하락했다.

에어비앤비도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의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주가는 6%가량 떨어졌다.

항공주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우려로 크게 하락했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각각 5%, 9% 이상 하락했고, 아메리칸항공 주가도 7% 이상 떨어졌다.

크루즈주도 동반 하락했다. 카니발과 노르웨이 크루즈가 각각 5.70%, 6.31% 내렸고, 로열캐리비언은 3.14% 하락했다.

주요 기술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각각 3.29%, 0.12% 하락했다. 알파벳은 1.49% 내렸고, 넷플릭스와 메타는 각각 1.73%, 1.44%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8.16% 하락했다. 위워크는 22.32% 급락했다. 쿠팡과 도어대시는 각각 17.16%, 11.63%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아이쉐어스 MSCI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등 3개의 러시아 ETF 거래를 중지시켰다.

S&P500 지수 내 에너지, 유틸리티 관련주가 2% 이상 오른 반면, 금융과 기술, 임의소비재 관련주는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원자재 시장을 통해 미국 증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의 마네시 데쉬판드 미국 주식전략 팀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미국 주식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되지만, 원자재나 심리를 통한 간접적인 충격은 작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3월 연준이 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은 94%에 달했다. 금리 동결 가능성은 6.0%, 50bp 인상 가능성은 0%로 나타났다.

한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거래일 대비 1.50p(4.92%) 오른 31.98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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