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 FDPR 적용"···韓 자동차·반도체 수출타격 '촉각'
미 "러시아 FDPR 적용"···韓 자동차·반도체 수출타격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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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천항만공사)
(사진=인천항만공사)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미국이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제재를 발표했다.

반도체 강국이자 자동차, 전자제품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역시 경제제재 동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수출통제에 동참한다면 미국으로서도 긴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제재를 받는 금융기관이 늘어 러시아 수출이 차단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 회사와 앞으로 제재 가능성이 높은 기업 명단을 만드는 등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미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제한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러시아의 국방, 항공우주, 해양 분야를 주로 겨냥했다면서, 구체적으로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상무부가 적용한 규정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다.

FDPR는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다.

미국은 미중 갈등 속에 중국 기업 화웨이에 치명적 타격을 주기 위해 화웨이가 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칩 납품을 받지 못하도록 이 규정을 활용했었다. 통제 대상 기업에 물품을 납품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거의 모든 면허 요청을 거부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발표대로라면 한국의 경우 그동안 러시아로 수출해온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완성차의 러시아 수출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국내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자동차와 부품이 전체 러시아 수출의 40.6%를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러시아에서 38만 대를 판매하며 23%를 점유했다. 본격적인 수출 통제에 들어갈 경우 현지 판매량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동차 생산 공장, 현대모비스 모듈 공장이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러시아 경제가 어려워지면 현대차 등 국내 업체들의 현지 판매 목표량을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FDPR이 미국은 물론 제3국 기업 또한 미국산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을 제재 대상 국가로 수출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스마트폰과 통신기기, 전자기기 등의 대러 수출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장기화돼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계속되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생산이 위축돼 공급망 쇼크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 주재원을 철수한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공급망 차질 가능성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 물가와 수출 물가 상승률 간의 격차가 커져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48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였다.

한편 상무부는 이날 최종 목적이 군사용이라고 판단한 러시아 기관 49곳을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 경우 미국 기업은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이들 기관과 거래가 금지된다.

상무부는 이번 조처가 27개 회원국을 둔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협력한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EU, 캐나다 등은 이날 대러 수출통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특히 "더 많은 나라가 수출 통제 정책과 요건에 맞춰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향후 동참 국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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