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초상류층 '탈세 비밀(판도라 문건)' 공개···한국인 27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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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1190만건 문서 담은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파나마 페이퍼스·럭스릭스 등 과거 문건보다 대규모
ICIJ 홈페이지 캡처
ICIJ 홈페이지 캡처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전 세계 정·재계 엘리트들의 역외탈세 내역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현지시간) 전 세계 117개국 언론인 600명이 참여한 탐사취재 결과물 ‘판도라 페이퍼스(문건)’를 공개했다.

판도라 문건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스위스, 싱가포르, 키프로스 등 조세피난처 14곳에 서비스하는 금융기관과 관련된 거래내역, 개인 e메일 등 1190만건의 파일을 분석한 것이다.

ICIJ는 트라이던트 트러스트, 알코갈, 아시아시티트러스트, 홍콩의 한국계 업체 일신회계법인 및 기업컨설팅 등 14개 역외 서비스업체 등에서 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과거 7년 동안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이들의 명단 유출은 핀센 파일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파나마 페이퍼스, 럭스릭스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는데 이번 판도라 페이퍼스는 앞선 유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압도적 물량을 보여준다. 2.94 테라 바이트 분량이며 문서 파일로는 1190만건에 이른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 전·현직 지도자 35명을 포함한 전 세계 90개국의 고위 공직자 330명과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90여명의 해외계좌와 거래내역이 문건을 통해 공개됐다.

압둘라 2세는 캘리포니아 말리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호화주택을 사들이는 데 1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편법으로 31만2000파운드(약 5억원)의 인지세를 절약했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대통령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하고 급작스럽게 재산이 불어난 러시아 여성이 모나코의 해안가 고급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였다는 내용도 문건에 포함됐다.

ICIJ는 판도라 페이퍼스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지역에 설립된 회사 가운데 2만9000곳의 소유주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도쿄올림픽·패럴림픽추진본부 사무국장을 맡았던 히라타 다케오 전 내각관방참여가 포함됐다.

특히 이번 판도라 페이퍼스에 한국인 이름이 등장한 문건은 8만835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8만274건이 홍콩 일신회계법인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ICIJ 제휴사인 뉴스타파에 따르면 한국인 수익소유자(beneficial owner)는 465명(개인 이름 275명, 회사 이름 184명)으로 나온다고 전해졌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말리부의 호화별장을 사들였다는 의혹도 판도라 페이퍼스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ICIJ는 “판도라 문건은 2013년 이후 공개된 일련의 역외탈세 문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며 “글로벌 엘리트들이 판도라 페이퍼스를 통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숨기는데 사용된 비밀스러운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역외탈세한 개인 뿐 아니라 탈세를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을 겨냥한 것이다.

분석에 참여한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사우사다코타주의 불투명함은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들과 맞먹는다”며 “미국 밖에서 온 수천만 달러가 사우스다코다주의 수폴스의 신탁회사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며 일부는 인권유린 등의 잘못으로 기소된 사람들과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이 영국에서 4억 파운드(약64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부동산 거래를 은밀히 해 왔다며 “영국 정부가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역외 부동산 소유자 등록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조직으로 100개국 이상의 언론인들이 참여한다. 2013년 이후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 내역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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