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맹방해변 공사 중단에 주민들은 하루하루 빚더미"
[현장] "맹방해변 공사 중단에 주민들은 하루하루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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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째 중단된 공사로 여행객들 발길 돌려···"시작한 이상 빨리 끝내야"
침식저감시설 공사가 중단된 맹방해변 (사진=박시형 기자)
침식저감시설 공사가 중단된 맹방해변, 방파제와 석탄하역부두가 완공되면 하단의 철골 구조물 등은 모두 해체돼 없어진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여기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민박하면서 여름 한 철 장사 하던 사람들인데 공사가 오랫동안 중단되니까 피해가 너무 큽니다. 인심만 나빠지고 있어요."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양금녀씨는 한숨을 뱉었다. 명사십리(明沙十里), 백사장이 10리에 걸쳐 펼쳐져있던 맹방해변은 공사 현장으로 변한 채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멈춰있었다.

조금 이른 시기 방문한 여행객들을 맞아준 건 마을 주민들이 해변 입구에 걸어놓은 '공사 재개 촉구' 현수막들 뿐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몇몇 여행객들이 해변을 찾았지만 백사장을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했다.

양씨는 "해변,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바다에 들어갈 수 있어야 손님들이 올텐데, 지금은 전혀 손님을 받을 수 없다"며 "오겠다는 손님이 있어도 '바다에 못 들어가는 데 괜찮겠냐' 물어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맹방해변이 이렇게 변한건 백사장의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침식저감시설'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맹방해변은 강원도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시행한 연안침식 모니터링에서 C·D 등급을 받아 2015년 해양수산부의 연안침식관리구역 대상지로 지정됐다. 

2016년 이 지역에 석탄하역부두와 방파제를 건설하려했던 삼척블루파워는 2년간 4~5차례 전문가들의 환경평가 심의와 보완을 거쳐 총 1500억원 규모의 '침식저감시설 레이아웃'을 확정하고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인가를 얻어 공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환경부는 방파제와 공사로 맹방해변의 침식이 급격해졌다는 환경단체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0월 공사를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이후 삼척블루파워에 맹방해변 침식저감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했다.

1단계(총 5단계) 침식저감시설은 지난 2월 완료됐다. 그러자 환경부는 환경 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검증위원회를 구성하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침식저감시설 공사를 멈추게 했다.

삼척블루파워가 진행중인 침식저감시설 사업 현황판 (사진=박시형 기자)
삼척블루파워가 진행중인 침식저감시설 사업 현황판. 상단 흰색 실선 그림이 논란의 방파제와 석탄하역부두.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았다. (사진=박시형 기자)

맹방해변 170여세대 주민들은 삼척블루파워와 맺은 상생협약대로 3년 내 '연안정비사업' 공사가 완료되면 손님이 모여들걸로 기대했지만, 기약없는 공사 중단 상황에 속이 타들어갔다.

김진석 상맹방리현안대책위원장은 "삼척블루파워는 마을대표단과의 상생협의를 통해 친수 시설과 공원을 조성하는 등 마을을 살려내고 정주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마을 사람들도 한 철 장사에서 사계절 장사로 돌리기 위해 적게는 7000만~8000만원, 많게는 수억원대의 투자를 했는데 특정 논리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생존여건이 위협받게 됐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8개월여 기간동안 공사가 중단되면서 마을사람들에겐 매월 돌아오는 할부금 납부, 이자 상환 등 지출만 남았다. 이게 사람 숨통을 조여온다"며 "이러다 우리 마을에 약을 먹었다거나 시청에 들어가서 분신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삼척시 사회단체 대표단은 최근 지난달 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발전소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양이원영 의원이 맹방해변을 방문하자 다수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며 막아서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해변 공사가 하루 빨리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라도 시작돼야 하다못해 현장 인부들의 숙식이라도 제공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최명자씨는 "농사를 지으면서 주변 식당에 열무·얼갈이 등 식자재를 대줬는데 수 개월째 사람이 없으니 하나도 팔지 못하고, 몇 번이나 밭을 갈아엎었다"며 "한 달에 10만원도 못 벌고 있으니 하루하루 빚더미, 죽을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처음엔 반대 많이 했다. 그렇지만 공사를 시작한 이상 빨리 끝내야 우리도 손님을 받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석 위원장은 "정부가 인허가 내줬으면서 진행하는 걸 발목잡는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탄소중립, 탈원전을 하더라도 오래 전 지어진 것, 수명이 다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맹방해변 입구에 걸린 '공사 재개 촉구' 현수막 (사진=박시형 기자)
맹방해변 입구에 걸린 '공사 재개 촉구' 현수막 (사진=박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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