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가 소란스러운 이유
인사청문회가 소란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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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첫 금융위원장이 누가 될 것인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모양이다. 출범하자마자 각료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니 그 이하 조직들의 인선은 이런저런 하마평만 나돌 뿐 청와대 입장에서 보자면 아직 관심 둘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열린 청와대 각료회의가 신·구정권 각료가 뒤섞인 채 진행되는 희한한 풍경도 보게 됐다. 대중 정서와 너무 거리가 먼 인사들이 대거 각료 인선이 돼 국회 인사청문회가 매우 껄끄럽게 진행되는 탓이다.

그리고 인터넷에는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자료가 여러 블로그와 카페 등에 올려졌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이미 낙마했거나 아직도 구설에 오르내리는 입각 예정자 7명이다. 병역비리니 이중국적이니 논문표절이니 하는 여러 흠집보다 현재 더 대중 정서를 자극하는 문제는 아마도 하나같이 걸려든 부동산 투기 의혹과 그로 인한 후보들의 엄청난 소유 자산들이 아닐까 싶다. 물론 부르주아 정권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일 터다. 그럼에도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걸 꿈처럼 소망으로 품고 아끼고 인내하며 사는, 그래서 서민경제를 살려달라며 표를 몰아줬던 서민들로선 어쩔 수 없이 배신감이 드는 듯하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선가는 “인사는 만사라는 데 인사가 망사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는 걱정은 담겼으되 매우 거친 코멘트를 거침없이 내보낼 만큼 시중 민심은 정권 초반부터 뒤숭숭하다. 그래도 문제 인사들을 너무 몰아붙이면 혹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염려하는 새로 조합된 야당의 타협이 곧 선뵐 거라는 미디어의 전망들이 뒤따른다. 게다가 기독교 정권의 꿈이 자꾸 흔들리는 탓인지 노무현 정권 말기에 단행한 공기업 인사 등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기독교계 신문의 기사 또한 몇 개 카페에 전재돼 적잖이 읽힌다.

아무튼 설 지나고 이어진 대통령 취임식은 참 축제답게 치러졌으나 초반의 덜컹거림이 몹시 심하다. 전 정권에서 인사문제로 발목 잡기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한나라당은 지금 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고 비난한다. 그런데 시중에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 인사청문회로 낙마했던 이들의 문제는 이제와 돌아보니 ‘새 발의 피’였다는 식의 비판도 일어 새 정부를 꽤 불편하게 한다.

야당시절 코드 인사를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고소영’ 아니면 안돼!”라며 비아냥 대는 민심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도 난감할 터다. 여기서 고소영이란 연기자 고소영과는 무관하다.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을 압축한 표현이란다.

정권이 바뀌면 어차피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고 그 위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각료를 인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함을 ‘코드인사’라고 비판했던 날선 공격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측면도 분명 없지는 않을 터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과 사상적·철학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더라도 대중들이 용납하기 힘든 수준의 도덕적 결함을 가진 인사라면 당연히 검증과정에서 걸러내고자 노력하는 것이 진정으로 지도자의 겸손한 미덕일 게다. 그래서 날선 대응은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지금 도마 위에 오른 이들은 여태 다 그렇게 살아 왔잖느냐 라며 억울해 하거나 못가진 자들의 질투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질투심도 없지는 않을 게다. 저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는데 나는 손에 쥔 게 없건만 넌 도대체 웬 걸 그리 많이 가졌느냐는 심정 전혀 안 든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다. 이번 인선에 유난히 부자가 많았던 탓을 덮어두더라도 앞으로도 얼마간은 인사청문회마다 이런 소동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우리 사회가 그간의 부패한 관행, 불평등한 관습들을 깨트려 나가는 과정에 있고 그간은 거칠 것 없던 지난 시대 관행의 수혜자들이 시대적 흐름을 온몸으로 지금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나가려면 그런 흐름을 결코 비껴갈 수 없고 피해가서도 안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영광 아닌가.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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