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연기금마저 순매수량 축소
[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sunhyun@seoulfn.com>올 초부터 방향성 없는 지수의 오르내림이 계속되고 있다. 꾸준한 매도로 지수를 끌어내리려는 외국인과 매도와 매수를 번갈아 가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개인들의 매물을 기관이 흡수하면서 지수공방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올 초부터 총 5조 853억원의 매물을 사들이며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기관이 최근 들어 조심스런 행보를 취하고 있다. 1700선에서의 혼조양상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시장의 움직임을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변동성, 기관에도 부담
최근 주식시장의 혼조양상이 심화되자 기관은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22일 기관은 175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하락의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선 21일에는 1331억원을 사들였지만 프로그램 매수를 감안하면 기관은 실질적으로 1427억원의 물량을 내다 팔았다. 20일에도 510억원을 순매도 했다. 올 초 2000억이 넘는 물량을 흡수하며 지수급락의 방패역할을 해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 과장은 “지난달 기관이 공격적인 매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도주를 중심으로 반등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며 “그러나 이달 들어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그 이유마저 희석돼 선뜻 매매행태를 취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유입 속도 '둔화'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하루 국내주식형펀드에서 501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15일, 14일, 13일에도 각각 135억원, 670억원, 595억원의 자금 유입은 이뤄졌지만 지난달 하루 평균 유입액이 1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속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기관이 조심스런 행보를 취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박문광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달 대외적 불확실성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펀드에 꾸준히 돈이 들어와 기관이 공격적으로 매수행태를 취할 수 있었다”라며 “그러나 이 같이 펀드의 유입 추세가 둔화되면 기관의 매수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기금의 향방은?
지난달 23일 재정경제부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증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조기 집행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부진한 장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연기금은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실탄을 투입할 것이라 예상했다. 당초의 예상과 맞게 지난달 말까지 꾸준한 매수세를 기록하던 연기금이 지난 11일부터 매수량의 폭을 축소시키며 관망하더니 지난 20일 부터는 22일 현재까지는 순매수량을 아예 줄이고 있다.
연기금마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우현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지수의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이때 연기금이 지난달처럼 공격적인 매수행태를 취하면 여론의 비난을 살 수도 있다”며 “장의 방어적인 역할을 해 오던 연기금 또한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선현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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