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관련 의혹 특검이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무혐의’ 결론을 내고 마무리 되는 모양이다. 단순히 검찰 수사 결과를 확정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 당시 결론을 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까지 명쾌하게 무혐의 선언을 한다니 이명박 당선자로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어찌 됐건 차기 대통령은 홀가분한 출발을 할 수 있게 돼서 좋겠고 국가적으로도 대통령 당선자의 오염을 만천하에 드러내 스타일 구길 부담이 줄어드니 다행이라 여길 이들이 많겠다.
그런데 대중들이 그리 결론날 것이라 예상한 것이 오랜 경험의 소산으로 ‘그냥 그럴 줄 알았다’ 일 뿐 꼭 무혐의를 확신해서라고 말하기 애매한 반응들이라는 게 다소 개운치 않다. 보수적 대중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대통령에게 마저 ‘탄핵’은 안 된다고 여겼던 한국사회다. 하물며 압도적으로 당선된 차기 당선자를 처음부터 오염 뒤집어씌우고 시작하길 꺼렸을 건 자명하다.
권좌에서 끌어낼만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엇갈린 사회 정치적 판단들로 인해 결과가 혹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물론 이번 결과에 특검팀 개개인들의 정치적 전망이 어떻게 관련됐는지 여부도 알 수는 없다. 다만 한국 대중의 정서로 보자면 이번처럼 결론 나는 게 그냥 그럴 법하다 여길 뿐이다.
배경과 과정이야 어떻다 해도 그 특검의 결론이 총선에서 차기 여당에게 확실히 유리하게 작용 할 것으로 예상들을 하니 한나라당 입장에서야 아무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오히려 역공의 칼자루를 쥐고 신이 나는 게 당연하겠다.
헌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특검이 ‘무혐의’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데 비해 한국 경제를 상징하는 최대 재벌 삼성家에 대한 특검은 아직까지는 그리 쉽사리 종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위 말해 메이저 언론도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애정만큼 삼성가에 대해 애틋함을 보이지는 않는 듯하다. 물론 메이저 언론들의 삼성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광고주 삼성을 무시할 언론도 없지 않은가. 단지 이명박 당선자에 비해 삼성은 아무래도 적이 훨씬 많아 보일 뿐이다.
한국 사회는 실질적 권력의 크기와 달리 아직은 매우 ‘정치적인 사회’다. 투표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지만 정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크다. 단지 실망하고 돌아앉았을 뿐 모든 신경을 정치를 향해 쏟아내고 있는 듯하다. 덕분에 하루 이틀만 뉴스와 단절돼 지내다보면 당장 밖에 나가 대화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명박 특검과 삼성 특검의 차이도 그런데서 나온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대우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총수’의 몰락이 꼭 기업의 멸망은 아니라는 점을 이제 사회가 받아들이기 시작한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뿔뿔이 흩어진 대우 계열사들은 저마다 활발하게 생존을 모색해 대개가 웬만큼 안정적 경영 상태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삼성 특검의 특징도 철저히 삼성의 ‘기업’들이 아니라 ‘총수 일가’에게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일반 대중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올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법조계로서도 특검 두 개가 다 유야무야 끝난다면 꼴이 우습긴 할 터이다. 아무려나 메이저 언론들이 당장 나라 망할 듯 떠들어댄다면 대중들도 심리적 동요가 이는 걸 억제하기 힘들 것이고 특검팀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마침 두 개의 특검이 활동하다보니 언론의 초점이 흐트러진 탓인지 그간은 그런 호들갑이 보이질 않았다.
이제 하나가 끝났으니 앞으로의 일은 물론 장담 할 수 없겠다. 과연 지금과 같은 특검의 잰걸음이 지속될 수 있을지, 재벌 친화적 언론들이 지금처럼 한걸음 물러선 채 삼성가를 향한 칼끝을 두고 보기만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특검 하나의 끝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우리 사회의 불신 시스템을 확증시켜줬다. 그래서 남은 특검의 결론은 과연 어떨지 그 결과가 더 궁금하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