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유전, '자원 외교 개가' vs '성과 집착'
쿠르드 유전, '자원 외교 개가' vs '성과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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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쿠르드 자치정부와의 유전개발 양해각서 체결을 놓고 칭찬과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새정부의 구호 중 하나인 자원외교의 사실상 '1호 작품'이라며, 향후 자원외교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하는 상징적 성과물이라는 평가가 있는가하면,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자원외교의 첫 단추를 잘 못 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삼성물산·대성산업·삼천리 등 한국 컨소시엄은 14일 서울에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지방정부 총리와 쿠르드의 4개 광구를 탐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일부에서는 석유 매장량이 10억배럴 안팎으로 한국 연간 소비량(8억배럴)을 웃도는 수준이란 추정까지 내놓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나쁠 게 없는 일종의 '개가'다. 
 
특히, 이번 일은 그 동안 산업자원부 등이 힘을 쓰기는 했지만 앞당겨 MOU를 체결하기까지는 인수위가 배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의 투자유치TF팀의 하찬호 자문위원 등이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새정부 자원외교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자원외교에는 패키지형 방식이 이용됐다. 이는, 자원개발과 투자진출·경제협력 등을 연계하는 것으로,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적절한 자원외교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엔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해 주고 유전 개발 권한을 받기로 했다.

쿠르드 자치정부 니제르반 바르자니 총리도 이날 "한국전쟁 이후 재건에 성공한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정부는 쿠르드 지역에 이어 올 해 안에 카자흐스탄,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앙골라, 적도기니 등과 정상 자원외교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 석유광구 탐사권과 관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성과에 얽매여 너무 성급하게 움직였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 갈등이다. 앞서, 쿠르드 자치정부와 유전개발 계약을 맺었던 한국 기업이 두 달째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원유수입이 중단된 점이 이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 현 정부는 불을 끄기도 바쁜데 인수위가 기름을 끼얹는 격이란 지적도 들린다.

특히, MOU 체결 과정에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의 ‘투자유치 태스크포스’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가 이라크 원유수입 중단 사태를 풀려고 각종 채널을 동원해 뛰는 마당에 인수위가 ‘이명박 당선인의 자원외교 첫 성과’라는 실적 보여주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현 정부와 업계는 자칫 이라크 중앙정부를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바지안 광구의 경우 SK에너지 등 한국 컨소시엄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지난해 11월 광구개발 본계약까지 맺었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가 "중앙정부 승인 없이 이뤄진 사업"이라며 계약 파기를 요구, SK에너지에 원유공급을 1월부터 중단했었다. 이에 이번의 쿠르드 4개 광구 탐사 MOU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이라크 정부의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이 문제만 잘 풀린다면, 성과주의니 조급했느니하는 비판적 평가는 자연히 수그러 들고 긍정적 평가만 남게 될 것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무스타파 타우픽 주한 이라크 대사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SK에너지에 대한 원유수출 중단은 일시적 조치로, 국회가 1·4분기 안에 석유법을 통과시키면 해결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석유자원 관련 모든 계약은 중앙정부 보호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일축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으로 이 문제가 잘 풀릴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앞서, 이라크 의원 145명은 지난달 13일 쿠르드족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단독으로 외국 석유기업과 유전개발 계약을 맺는 행위를 비난하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었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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