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원장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기자수첩] 금융위원장은 그래도 '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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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그룹 회장, 정책금융기관장, 금융협회장들과 '릴레이' 회동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자리를 마련한 데 이어 19일인 이날까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책임지고 있는 정책금융기관장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오는 22일에는 6대 금융협회 수장들과의 회동이 예정돼 있다.

릴레이 회동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의 취지를 금융권에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기 위함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다음달 말 종료된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장기화, 금융시장-실물경제 괴리 등의 상황을 고려해 해당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릴레이 회동을 두고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국의 수장이 직접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협조'의 탈을 쓴 사실상의 '강요'라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 금융사들의 금융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협조'와 '요청'이란 단어를 내세운 은 위원장을 두고 오히려 "양반이었다"는 아이러니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 위원장과 여당 의원 간 벌어진 설전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모 의원은 금융권과 간담회를 갖는 은 위원장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의원은 "채무이행 연장 등의 조치를 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 회장과 협의해서 하는 게 말이되냐"고 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채무조정 등을 금융사들이 의무적으로 하도록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해당 의원은 재난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금융소비자에게 대출원금 감면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를 두고 은 위원장은 "채무조정, 금리인하요구권은 필요하면 해드릴 수 있으나 그걸 법으로 정해놓고 금융사에 강요하고, 따르지 않으면 제재하는 식은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여당 의원의 발언은 기업의 이익을 어려운 계층에 공유함으로써 코로나19로 심해진 양극화를 해소해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익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기업은 이익을 냄으로써 협력업체들과 산업발전을 꾀한다. 산업 발전을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소위 말하는 '자유시장경제'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이익'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은 시장경제를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연스레 기업이 이익을 낼 이유도 없어진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의무화해 향후 금융사가 손실을 보게 된다면 그때는 누가 보상을 해줄 것인가. 기업 희생을 통한 무분별한 지원을 요구하는 여당을 향해 업계 안팎의 우려가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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