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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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 타개 ‘난제’
삼성차 채권소송 패소…주식 처분 난감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yushin@seoulfn.com> 삼성생명이 상장문제를 무작정 미룰 수도, 서두를 수도 없는 난관에 봉착했다.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에서 삼성 측이 대부분 패소함에 따라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이지만 비상장 상태로는 처분이 힘들다. 그렇다고 상장을 하자니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난달 31일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삼성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이 2조3200여억원을 채권단 측에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아직 1심 판결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대로 간다면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생명 주식을 처리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상장회사가 아닌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장외 거래를 통해야 하는데, 233만주나 되는 주식을 장외 거래로 처분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 좋게 투자자가 나타난다 해도 단일 투자자가 233만주를 모두 매입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는 총 주식수인 2천만주의 11.7%에 달해, 단일 투자자가 이를 모두 매입하면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주식 보유비율 13.34%에 이어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단이 삼성생명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그 처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활한 처분을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상장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상장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삼성그룹의 고질인 순환출자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태로 삼성생명이 상장하게 될 경우 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66만8800주의 평가액이 에버랜드 총자산의 50%를 초과하게 돼 에버랜드가 자동적으로 금융지주회사가 돼 버린다. 그럴 경우 에버랜드는 삼성전자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할 수 없게 되고 자연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매입해주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도 후폭풍이 예상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왜냐하면 삼성생명 주식을 매입한 계열사들의 소액주주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특검이니 태안 사태니 해서 고초를 겪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 방안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삼성 측은 법원 판결에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까지 판결이 미뤄질 경우 법정 공방으로 일단 시간 벌기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된 근본적인 타개책은 여전히 잔존하는 만큼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삼성차 채권 환수 소송과는 별개로, 삼성생명 상장이 영원히 미룰 수는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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