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면서 이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비중이 3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흥국 경기 회복세에 대한 불안감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의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외국인이 매도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시총 기준 외국인 비중 평균치는 35.78%로, 월평균 기준으로는 지난 2017년 2월(35.7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저점을 다진 지난 3월 19일(1,457.64) 이후 외국인의 비중은 39.00%를 기록한 뒤 하향해 이달 21일에는 35.66%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은 지난 3월 19일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현재까지 12조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 비중은 지난 3월 20일 11.10%에서 지난 21일 기준 9.73%까지 줄었다.
이처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속 기축 통화를 보유한 선진국 증시에 대한 경쟁력이 돋보이는 가운데 브라질 등 신흥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 대한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는 평가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만 팔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 등 원자재를 주력으로 하는 신흥국은 아직 코로나19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신흥국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하며 우리도 그 한갈래로 묶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글로벌 개인 투자 열풍은 외국인이 한국증시를 떠난 이후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껏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경우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됐지만 최근에는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신흥국 주식 관련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잦아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신흥국 증시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연구원은 “선진국에 수급이 차면 외국인은 다시 국내 증시로 선회할 것”이라며 “정보기술(IT)에 강점이 있는 아시아 펀드(일본 제외)는 한 달째 자금이 유입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외국인이 국내로의 선회를 돕는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수출은 중국의 재고 축적이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며 “중국의 재고 축적이 재개되면 수출 회복의 신호탄이 되면서 국내 경기에 대한 의구심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